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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


BY 연희 2001-07-26


제가 작년에 유산을 했어요.
저보다 한참 먼저 결혼했는데 아이가 없는 친구가 그러더군요.
자기가 아는 언니가 임신했는데 임신을 기뻐하지 않았대요.
그래서 유산을 했다고. 아이가 다... 알고 있는거라고.
전 임신하고 나서 괜히했다 생각한적은 한번도 없지만 그냥 덤덤했거든요. 몸의 변화도 그리 없고... 제 성격이 또 좋다 좋다. 하는 성격도 아니고...
아이를 간절히 원했던 그애는 그런 저에게 그 언니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아이가 잘못된게 엄마에 따른거란 인상을 줬어요.

그 친구 올해초에 임신을 했어요.
초기에 입덧이 심해서 아무것도 못먹는다고 그러더라구요.
난 좀 울렁이긴 했지만 괜찮았었는데... 그랬더니 그 친구 대뜸 그러대요. 자기가 어디서 봤는데 입덧이 있는게 좋은거라고.
없으면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고. 그 예가 저라는 듯이.
아무생각없이 한 이야기겠지만. 전 듣기에 안좋았어요.

지금 저... 7주입니다. 8주가 다되 가네요.
그런데 이번주 초까지 아이가 안보여 계류유산인거 같다고 주말에 수술을 하는걸로 잠정적으로 되어있어요.
너무 속상합니다.
그 친구 초기에 임신했다고 하니 당장 회사 그만두라더군요.
하지만 제가 하는일이 무리한일도 아니고 그냥 앉아 있는 사무직이라 뭘 그럴 필요가 있냐고 그랬더니 그 친구 아직 니가 정신을 못차렸구나. 이런 식으로 말하더군요...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었어요.
하짐나 전 제가 잘못해서(제가 임신을 펄쩍 뛰며 기뻐하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서) 유산됐다곤 생각안하거든요.
대부분 임신초기 유산은 수정란 자체가 문제가 많다는데...

지금 토요일을 기다리며 속상해 앉아있는데 일은 손에 안잡히고 바보같이 그 친구가 이 사실을 알면 '것봐라'라 하겠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너무 속상해요.
그 친구뿐 아니라 주위 어른들이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죠?
니가 조심을 안해서 니가 정성을 다 안해서... 애가 두번씩이나 그렇게 되었다고.

남편이 이해하고 위로해주는데... 그래도 이것저것 생각하니 괜히 서럽네요. 상황이 이래서 그렇겠죠?
... 정말 아이 낳는거. 너무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