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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못 믿는 짜장면집


BY 촛불 2001-07-30

우리 아파트는 서민들이 모여사는 아파트로 인구가 많다.
아파트 상가에 "락궁"이라는 짜장면 집이 있는데
그동안 줄곧 거기에서 계속 시켜먹었고 최근 몇달동안 유난히
자식이 짬뽕을 먹는다고 해서 일주에 두세번씩 꼭 시켜주었다.
그러다가 어제 두그릇을 시켰는데 마침 은행에서 돈을 안찾아
돈이 없었다.
배달원에게 "우린 짬뽕 1주에 최소한 적어도 한번은 시켜먹으니
다음에 함께 가져가라"고 했다.
그랫더니 이 10대 배달원은 자꾸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비딱하게 보
는 것이다.
나는 이제껏 살면서 외상 한번 져본일 없이 살았고, 남에게 무언갈 빌려달가라거나 빌려간 적도 없이 살아온 사람이다.
그러다 이제 어쩌다 처음 외상을 하게 되었는데
자꾸 반복해서 언제 줄 거냐고 묻는다.
그래서 우리집 아파트문에 내가 그린 초록색 새를 보라고 하면서 이 새를 보면 모르겠느냐, 사람들이 이 새를 보면 잊어버렸다가도 찾아온다. 고 말햇다.
근데도 그 배달원은 속아만 살았는지 또 묻는다.
나는 왜 그렇게 사람을 못 믿느냐고 했고,(나중엔 좀 화가 났다)그 남자애는 갔다. 그리고 내가 그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기 *동*호인데요. 그동안 그렇게 잘 시켜먹다 오늘 외상 한번 했더니 왜 그렇게 사람을 못 믿는지 불쾌했다고, 다음에 시킬 때 돈은 줄테니까 걱정말라"고 까지 했다.여주인은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남자지배인이라는 좀 이상하게 생긴 사람이 와서
나를 보더니, 돈을 언제 주겠느냐고 묻는다.
계속 집에서 무슨 작업을 하다가 은행을 못 갔지만 없는 줄 알았던 돈이 설합에서 발견되어 그 남자지배인에게 건네주었다.
짜장면 한 그릇값도 1년후에 주는 사람이 잇다는 말을 하면서
돈을 받아가는 그 지배인의 뒷모습을 보면서 왠지 씁쓸했다.
작은 것에 집착해서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을 범한 것은 아닐까?
물론 사람을 믿게끔 하면서 사기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긴 하지만
나는 착하게 살아오면서 그런 인간들에게 피해보며 살면 살았지, 야비한 짓은 못하는 천상 "양반"체질의 사람인데, 사람을 가려가면서 돈을 받아야지, 그렇게 전화도 했는데 그 다음날 냉큼 와서 돈달라는 건 또 뭔가?
며칠후 금세 또 시킬지도 모르는 짬뽕은 단연 다른 중국집이 되겠고, 그런 것까지 생각했을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부리나케 와서 받아간 걸까?
정말 웃기다.
우리 아파트는 한달 정도 관리비를 깜빡 잊고 못냈더니 냉큼 "전기를 끊겠다는 협박장"이 날아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아무리 없이 사는 서민아파트지만 정말 너무 사람사는 것이 불신과 각박함속에서 당장의 이익만을 따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