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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데도 외로우면 어떻게....


BY 설이 2001-07-31


울 남푠 무척 바쁜 사람이다..
뭐가 그리 바쁜지..
일요일에 쉬는건 고사하고 휴가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는다..
한달에 열흘 이상은 출장 가고 없고..
새벽에 나가 밤 늦게 들어오고 요즘은 같이 밥먹는 것도 언젠가 싶다.
눈 마주치고 이야기 하는건 넘 오래된 일이다..
이게 바로 나의 5개월차 신혼 이다..
그래도 이해했다..
일땜시 바쁘니깐 어쩔수 없지...
마누라 먹여 살리려면 바쁘게 일해야지 울 남푠말에 측은하고
가여웠다..
힘들게 벌어오는 남편 돈 넘 아까버서 결혼 하고선 옷 한벌 사입지
못했다..
울 남푠 카드값 장난아니게 나온다 이삼백정도...
거의 절반 이상은 술값일꼬야..
그래도 잔소리 한번 안했다.
얼마나 스트레스 마니 받으면 술 마니 마실까 싶어
아침마다 북어국 끓이고, 잘때 다리 주물러 주고,
가끔 일찍들어와 게임만 해도 쥬스 만들어 주며 일찍 들어온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울 남푠에게 휴가가 생겼다
이틀정도,
정말 들떠 있었다..
신혼여행도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제대로된 신혼여행 한번
못가봤기에,
멀리는 안가더라도 바다도 괜찮고,산도 괜찮고, 그것도 안됨
영화라도,
하여튼 머리속엔 온갖 계획들로 가득했다..
이틀동안 둘이서만 같은공간 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으니까
어딜가든 좋다고 생각했다.

울 남푠 직원들이랑 낚시하러 가버렸다..
낚시도 한번도 안해본게, 낚시하러간다고..
내 맘도 모르고 신나서 아침일찍 나가버렸다..
남정네들 뒷치닥거리 감안하고서도 따라 갈려고 했다.
근데 울 아버님까지 가신다니,
거기까지 가서 며느리 노릇 하고싶지는 않았다.
울 남푠 미안한 마음도 없나부다..
여지껏 전화한통 안하고..

갑자기 외롭고 쓸쓸해진다..
내가 집지키는 개가 된 기분이 들어 미치겠다.
하루종일 집지키고 있다가 주인 들어오면 애교 부리고 꼬리 흔들고,
어쩌다 귀여움 한번 받으면 좋아서 어쩔줄 모르고...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데도 외로움을 느끼게 되면 그것보다
더 처참한건 없는것 같다..

내가 남편에게 집착한다고 느껴져서,
난 그래서 울 남푠 친구 만나서 새벽 늦게 들어와도 잔소리 한번
안하고 잘 놀다 들어왔냐 그런다..
배고푸다 하면 밥도 차려주거..

몇백만원 짜리 술값 영수증들 보면서도 이해할려고 했다.
정말 난 노력했다.
남편이 싫어하는 것들 고치면서

이젠 정말 이기적인 남편에게 신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