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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편지


BY 소나기 2001-07-31

오늘 같은날 왜 네가 더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엄마 맘이 많이 우울해 그러는지도 몰라.
방학이면 하고 싶은 일도, 가고 싶은데도 많을 텐데
공부땜에 학원도 다니고 싶을테고.

엄마없이 살아온 세월이 벌써10여년.
너한텐 얼마나 고통스러운 세월이었는지
생각하노라면 가슴이 찢어질듯 아파온다.

중요한건 아직도 너에게 엄마는 해줄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거.

엄만 니 아빠와의 끔찍했던 세월속에서 벗어나
이렇게 편안한 생활을 다시 시작했지만,
내가 좋으면 좋을수록 너를 잊어왔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죄스럽다.

내년이면 벌써 고3이라는 무거운 현실이 눈앞에
다가왔건만
이 엄마는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말밖에는
해줄수 없다는게
가슴아프게 느낄뿐.

한편으론 벌써 다 커버린 널 보면 친구같은 맘에
뿌듯한 맘 있지만,
아직도 넌 고통속에 있다는거.

엄마가 새 동생을 낳았다는 말에
넌 이런 생각이 들었다지.
어릴때 같이 느껴보지 못한 엄마의 정을 동생은
누릴수 있다는 것에 심한 질투와 부러움을 느꼈다고.
그치만 핏줄이 있다는 사실에 이젠 외로움을 덜수
있을거라, 엄만 굳이 이렇게 생각하고 싶구나.

새출발 하면서 엄마의 과거를 말할수 없었기에
너라는 존재를 더더욱 밝힐수가 없다는
사실이 또 다른 고통을 준다.

너무 나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한건 아닌가 하는 욕심에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있는 너에게 손을 내밀수 없는
나 자신이 초라할 뿐이다.

널 두고 와 이악물고 노력해 둘이 살수 있는 공간이라도
마련한답시고 열심히 몇년을 살았건만,
결국 남의 핏줄만 거둔 셈이 되고 말았으니
너에게 지은죄가 너무 아파 엄마는 시시때때로
가슴 저린 아픔을 느껴야 하는구나.

그래도 다행히 잘자라주어 엄마를 원망하지 않고
이렇게 기쁜 마음으로 대해주니 고마울 뿐이다.

남은 여고시절 잘 보내어 지난 아픔 다 잊고
아름다운 성인으로 우리 맘놓고 만날날 기약하자꾸나.

오늘도 엄만 잠시 널 생각하며
좋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아름다운 성인으로 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