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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존재는 안중에도 없는 남편


BY 대책없는 일 2001-07-31

결혼 3년입니다.
연애때는 '너 밖에 없다'며 따라다니던 남편이라 결혼하면 편할 줄 알았습니다.
근데 자기밖에 모릅니다.
전 그냥 자기 시중을 제때 들어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합니다.
3년동안 서운한 일이 너무 많았지만 그냥 살았는데, 이제는 화가 납니다.

어제 울 시어머니 전화 왔습니다.
심심해서 놀러나 다녀와야겠다며 돈을 보내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아침에 10만원 보내드리고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남편 왈, '20만원 정도 보내드리지'
한대 쥐어박고 싶었습니다.
막내라면서 시어머니 생활비든 병원비든 빚이든 전부 부담하는 처지에 제게는 고작 30만원을 생활비로 주면서 20만원?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습니다.
생활비 30만원 주면서 날마다 외식 타령입니다.
그놈의 타령이 듣기 싫어 일주일에 두번은 외식시켜줍니다.
그런데 육식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늘 갈비만 먹습니다.
미칠 지경이죠.
30만원으로 아파트 관리비내고, 우유값주고, 신문값등등 공과금만 15만원인데 어떻게 외식 소리가 나오는지?
아주 당당하게 '니가 버는 돈은 뭘하냐?'고 묻습니다.
저, 몸이 아파 집에서 일주일에 이틀정도 일해 20만원 받습니다.
그 20만원이 외식비로 다 나가는데, 절더러 그 돈을 달랍니다.
자동차를 바꿀건데 500만원 정도를 할부로 할거니까 제게 그 할부금을 내라는 겁니다.
'그럼 생활은?'하고 묻자, 의아한 눈빛으로 대답합니다.
'내가 주잖아.'
저요, 남편이 외식하자 소리만 안하면 그 돈으로 살림 삽니다.
아직 아이도 없으니까 제가 지금처럼 옷이든 화장품이든 안 사면 충분히 살 수 있습니다.
온전히 부식비로만 쓰면 되니까요.
근데 외식하자고 할때 안하면 남편은 삐져서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애처럼 굴어서 별수없이 외식을 하니까 그게 안되죠.
그러면서 자기 어머니께는 20만원씩 꼬박꼬박 드립니다.
그것도 모자라 전화해서는 '돈 쓸일 있냐?'고 도로 물어봅니다.
제사, 명절, 생신, 어버이날 아주 골고루 돈을 드리는데도 시어머니의 욕심은 끝이 없어 그럴때마다 돈을 달라고 하십니다.
참고로 저의 남편 월 수입은 180만원입니다.
결혼할때 월세방에서 출발할 만큼 없는 집이라 모든 것을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아직도 허름한 전세 처지입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집이라도 번듯하게 살면 좋겠구만 남편은 그냥 삽니다.
물론 저축도 하죠.
그런데 그 저축을 모조리 자기앞으로만 합니다.
통장도 모두 자기가 차에 싣고 다닙니다.
절 믿지 못하는 모양이더군요. 같잖아서.
자동차 키는 얼마나 철저하게 간수를 하는지 한번 보고 싶어도 못 보고 있습니다.
그런사람이니 처가에 신경쓸리는 만무입니다.
처남이 결혼해도 맨입, 친정 아버지께서 칠순이라고 부부동반으로 중국여행을 가신대도 맨입.
제가 기가 차서 100만원을 제 카드로 융자받아 드렸습니다.
일년간 갚아야 할 돈이죠.
아직 남편은 모릅니다.
만약 안다면 절 당장 쫓아낼 겁니다.
사무실 직원들이 최근들어 결혼할때 맞벌이 결혼을 합니다.
그러자 집에 와서 그러더군요.
'나, 너랑 살기 싫다'
왜 그러냐니까 '맞벌이할 여자 찾아서 돈 펑펑 쓰면서 잘 살아볼란다'고 아주 확실하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나는 직장생활 그만하고 싶다. 여자가 벌어주면 그걸로 여행하면서 살고 싶은데 너한테 잡혀서 죽을 맛이다'
세상에, 이 말이 남자가 할 말입니까?
자기가 무슨 돈병철이 아들이라고 그런 말을 합니까?
시어머니 생활비를 우리가 드리지 않으면 당장 굶어 죽을 형편인 집에서 꿈만 냅다 커가지고 기가 찹니다.
정말 요즘 같으면 헤어지고 싶습니다.
아이도 없겠다 좋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혼자 살 용기도 없고, 다시 재혼할 용기는 더더욱 없어서 이러고 있습니다.
차라리 남편이라는 작자가 죽어버리면 낫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최근에 제가 이가 많이 좋지 않아 치과에 갔습니다.
해넣는데 200만원이더군요.
그런데 저의 남편이 돈을 해줄수 없다고 해서 며칠간 아픈 이를 싸안고 울었습니다.
이도 아프고, 배신당한 듯한 마음도 아파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결국 친정 언니가 돈을 해주어 이를 해넣었는데 남편이 그러더군요.
결혼하고 20년 동안은 처가에서 아프터 서비스를 해야 한다구요.
자기는 책임 없다고.
자기 밥 해주고, 빨래 해주느라 살고 있는데 아프면 친정에 가서 돈 받아서 하라는 소리였습니다.
그 말 듣고 죽여버릴려다가 관두었습니다.
하도 인간 같잖아서.

이제는 아이를 낳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입니다.
낳으면 평생 족쇄일 것 같아 걱정이거든요.
인간이 하도 추접스럽게 노니까 얼굴도 보기 싫습니다.
혹시 제 남편 같은 사람이랑 사는 분, 어떻게 하고 사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