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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프냐는 시어머니...


BY 머리아파 2001-08-02

남편이 휴가를 월요일부터 받았습니다.
화요일까지 야간특근하고 정식 휴가는 어제부터랍니다.

전업주부가 된 뒤로 식모취급하시는 시어머니가 얄미워 촌에 자주 안 가려고 했지만 안되더군요...
손주 보고 싶다고 사흘마다 전화질(죄송합니다)하는 통에 버텨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토요일 시댁에 갔어요..
일요일 아침 언제나 지저분한 집 대청소해놓고 아침 준비하고 시누식구들까지 먹이고 치우고 시누 남편 나중에 따로 와서 밥상 또 차리고 치우는 동안 지저분한 울 시어머니 깨끗하게 닦은 거실에 수박 흘리면서 또 너저분하게 무언가를 늘어놓더군요..

그래도 지금 해놓으면 휴가때 안부르겠지.. 불러도 안와야지.. 오라면 사람들도 아니다.. 하고 이악물고 인대 늘어난 손목으로 (아기낳고 조리를 잘 못했고 또 울 아기가 넘 커서 손목이 부러질 것 같이 아프더니 결국 인대가 상했다고 합니다.)

착한 울 남편한테도 몇번이고 확인을 했습니다.
휴가는 우리끼리 보내자.. 울 남편 당연하다고 고개 끄덕였습니다.

화요일날 시누 전화 왔습니다.
추어탕 해 놨는데 오라고 말입니다. 고개를 절래절래~~
울 남편 야간 출근해야 했으니까요.. 남편 지 누나한테 휴가는 내일부터라고 친절하게 말해줍니다.

담날 어머니 큰 손주(34개월) 시켜 전화합니다.
"삼촌. 지환이(울 아기 9개월) 보고 싶어요.. 지환이 데리고 오세요."
옆에서 어머니가 시키는 게 저한테까지 들립니다.

부드득 이를 갈았습니다.

저녁에 시아주버님 전화 왔습니다. 같이 놀러가잡니다.
집에 있으면 뭐하냐고 계곡으로 가자고 전화왔습니다.

더 이상 못 참겠더군요.
애꿎은 남편한테 실컷 화풀이해 버렸습니다.
도대체 갔다온 지 일주일이 됐냐, 이주일이 됐냐. 시댁식구들 정말
넘 하는거 아니냐.. 당신은 왜 친구랑 놀러갈 생각 안하고 매주 보는
시댁식구 휴가때까지 봐야 하느냐고 거품물고 대들었어요..

화가 나서 문 쾅 닫고 컴 켜고 아컴에 들어와 있는데 울 남편 들어오더니 (속상해방에서 여러 선배님들 고민을 읽고 있었는데) 이런 거나
읽으니까 시댁 벽쌓는다고 투덜대더군요..제기랄..
생각해보니 울 남편은 죄가 없지 싶어 곱게 화장하고 저녁에 아기랑 남편(화를 풀어줬어요)이랑 산책을 나갔다 왔습니다. 남편도 식구들 데리고 바람쐬니까 기분이 괜찮은지 내일 보경사 계곡으로 놀러가자고 선수칩니다. 행복했죠..

담날 넘 더워 계획을 미루고 있다가 울 친정엄마랑 제 여동생이 집으로 와서 남편이랑 저녁을 사먹고 돌아오니 작은 시누 전화왔습니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인데 시댁까지 데려다달랍니다..

첨엔 울 친정엄마 저녁 사준게 고마워서 나도 따라가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도저히 안되겠더라구요..
며칠전 시댁에 갔다가 사실 상처를 안고 왔는데 아직 못 풀었거든요.

울남편 아기랑 같이 가서 시어머니한테 맡겨놓고 내일 자기랑 영화보고 미장원에서 머리도 하자고 유혹했지만 전 결국 남편이랑 아기랑 둘이서 보냈습니다.
시어머니 저 보고 싶어서 오라는 것 아닐테니..가게 되면 인대 늘어난 것 병원에도 못가게 생겨서 머리아프다고(사실 머리가 다 아파왔으니 거짓말은 아니죠 ^^) 둘이서 보내놓고 컴앞에 앉아있는데 시조카 전화와서 어머닐 바꾸더군요..

어머니왈 "혁이 갔냐. 넌 왜 같이 안 오냐?"
"몸이 아파서 못 갔어요. 어머니"
굉장히 무뚝뚝하고 못마땅한 말투로 "왜 아프냐?"
허걱. 왜 아프냐니요.. 어디가 아프냐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기가 막혀 웃어버렸어요..
"후후.. 글쎄요.. 왜 아픈지..."
손주랑 갔다니까 그새야 맘이 풀렸는지 밥은 먹었냐고 하시곤 쐐기를 박습니다. "어지간히 아프거든 같이 오지."
손주 봐주기로 해놓고 아기를 낳으니 딴소리하신 통에 직장까지 관두게 된 터라 악만 남아있는데 하루 맡아주실지도 의문입니다.
울친정엄마 퇴행성관절염으로 앓으시지만 않더라도...
이래저래 마음 뒤숭숭하고 여태껏 맘 못잡고 있는데 하는 말씀하고는..

저 가면 손위 두 시누 식구 밥 차려내고 뒤치닥꺼리 해야 합니다.
몸이 편하면 남편한테 고마워서라도 갔겠지만 아기 낳고 첫 생리중이라 기분도 영 다운이고 몸살날 것 같아 도저히 안되겠더군요.

며느리가 딸같다던 시어머니..
한번만 더 그 소리(죄송합니다) 하시면 가만 안 있을겁니다.
남편하고 싸워서라도 앞으로 몇 주동안은 안 가렵니다.

힝~~
저보다 훨씬 안 좋은 형편에 계신 선배님들에겐 죄송하지만 저 나름대로 울며 지내온 세월이 있기에 또 남편한테 말하면 저도 모르게 격해져서 꼭 싸움을 만들기에 여기다가 하소연합니다.

선배님들께 약속드리죠..
전 절대 구시대적인 시어머닌 안될거예요..
울 아들 좀 크면 집안일 시켜야지...
남의 귀한 딸 식모로 데려오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아무래도 울 어머니와는 대화가 필요할 것 같아요..
나중에 결과를 올리겠습니다.. ^^
아컴에 넋두리하는동안 에궁~~ 화가 다 풀렸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