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573

욕하는 시아버지


BY 당하기만 하려니 2001-08-04

언젠가부터 시아버지 때문에 시댁 가는 게 너무 싫습니다.
맨 날 화내고 욕하세요. 물건 집어던지고....
한 번 갔다 오면 ?p일씩 입맛도 의욕도 없을 정돕니다.
시모 생각해서 외며느리인 제가 이러면 안 되는데 정말 정떨어집니다.

이유야 있겠죠.
자신의 평생에 대해서 형제와 부인과 자식을 욕하고 저주하고....
'기집* 잘못만나서’ 집안 다 망해놨데요.
이제 와서 누구 들으라고, 그런 얘기하면 뭘 하는지.
자식들 경제적으로 무능해서 실수한 것도 사실. 하지만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계속 그 타령... 그것도 당사자들 앞에선 못하고, 애꿎은 어머니나 내 앞에서만 입에 거품 물고.
자신이 잘하지 못해서 조상 땅 동생분이 지키고 있는 것, 고마워나 하실 일이지
다 차지했다고 욕하고... 너무 못나 보여요.

몸이 부실하시니, 하고 이해하려고 몇 년째 고분고분 하고 있으니까,
내가 무슨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이 왜 맨 날 이래야 하나 싶고 속상하네요.

6.25 때 입은 무슨 부상으로 일상사는 거의 관여하지 않고
벌써 오래전부터 세상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분입니다.

어머니 혼자서 일가의 대소사, 자식 결혼...집 안팎 모든 일을 처리하고,
젊었을 때는 어머니가 좀 독단적인 면도 있었고, 세상 물정 몰라 실수한 것도 있나 봅니다.
하지만 지금 아버님께도 잘하고, 모든 일을 잘 이끌어 가십니다.

아버님, 손자들도 역시 나 몰라라 하죠. 이름 한 번 불러 준 적이 없어요.
아마 이름도 모를 걸요. 어머니와 상의해서 지었지요.
5살 난 저희 아들, 할아버지 화내는 거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할아버지 나타나기도 전에 어디로 잘도 숨어 꼼짝 않고 떨고 있어요.

요즘, 저보면 '오지 말라는데 뭐하러 왔냐', '뭘 찾아먹으러 왔냐', 죽었나 살았나 보러왔냐', 그게 할 말입니까
'집한칸 마련해줬으면, 댓가가 있어야할 것 아니냐..' 아주 가관입니다. 그것도 어머니가 마련해준 것 가지고, 몇년 씩 사람을 어찌나 죽일년 만드는지.
결혼해서 남편은 거의 실직자 수준, 저 연봉 2천-3천 정도 직장 다니면서, 애둘 낳기 바로 전날 까지 출근하며 벌어 시댁에 할만큼 했습니다. 아버님은 연금받으시니 어머니 생활비 드렸고, 아가씨 빚도 수천씩 떠 안았고요.
아버님, 같은 가족끼리 정말 치사하게 따지게 만드셔야겠습니까?

물론 아버님, 예전에 자식, 부인 경제 부양했고, 검소하게 사셨답니다.
그렇게 험한 성격 아니었고요.
그런데 늘그막에 예기치 않게 가족이라고 믿은 사람들 탓에 경제 손실 입으신 거에요.
오랜 지병이 좀 악화된 것도 있고요.
그럴수록에 마음을 편히 잡수셔야 하는데.
물질 잃어버렸다고 그보다 중요한 다른 것들도 다 잃어버려야 합니까?
그럼, 왜 그 당시에 다잡지 못하고, 그 땐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가
수년 지난 일, 수십년 지난 일 까지 곱씹으시는지....
이젠 변변치 못하나마, 자식들 잘하려고 노력하거든요.
그러나 잦은 악담, 행패에 가까운 행동들... 그렇게 큰 분노를 품고 사시니.
그렇쟎아도 어려운 세상, 밝게 살려고 하다가도 시댁만 가면 낙담되어
기분 가라앉곤 합니다.

경제력 없으신 시어머니, 또 마음 깨끗하신 시어머니 아버님 비위 잘 맞춰가며, 참아가며 이해하고 사시려하니, 제가 어떻게 나서서 무슨 집안 풍파를 만듭니까? 그냥 참아야지요.

하지만 너무 속상하고 한심하여 몇 자 적었어요.
아버님 같은 분 또 있나요?
자식 노릇도 변변히 못하는 죄인들, 아직 한참 배워야 하나요?
제발 현명한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