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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예의


BY hhss 2001-08-04

난 아직 젊지만 세월은 어차피 잘도 흘러서
언젠가는 나도 며느리보고 사위볼날이 온다
우리시대는 당연히 아들.며느리와 함께 안산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경제권 챙기고
손주 절대로 안키워주고
우리부부 둘이서 알콩달콩 살 계획이다

문제는 우리보다 훨씬 이전 세대
가난했고 자식에게 모든것 다바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우리세대의 부모님들이 아닌가 싶다

경제권없고 남은것 없고
그리고 뒤늦게 그분들도 후회하고 있겠지만
지금 시대가 부모노릇도 가장 힘들고
자식노릇도 힘든시대가 아닌가 싶다

어떤재벌집에서 아들.며느리 매일문안하고
효자효부라 해서
난 돈도 많고 자식복도 많은 그사람이 많이 부러웠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돈이란것이 효자효부를 만든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사람이 가난했어도 자식들이 그리 했다면
정말 행복한 사람이고.....

개인적으로 70이 넘으신 우리 친정아버지
90이 넘으신 장모 30년 넘게 모시고 산다
우리 할머니 물론 아들.딸 많으시다
그리고그 많은 재산 너무 일찍
자식들에게 물려주셨다
그리고 버림 받으셔서
아무것도 받은것 없는 우리 엄마가 모시고 산다

우리 할머니가 그리 위해서 키운 그아들들
며느리들 우리 할머니가 불편하다고
집에도 못오게해
답답하시면 외손녀인 우리집 오셔서
며칠씩 지내다 가신다

할머니만 보면 가슴아프다
목욕시켜드리다보면 그 앙상하게
뼈만 남은 몸이 눈물 난다

우리 할머니도 나처럼 젊었을때가 있고
그리고 아들.딸낳고 애지중지 키우셨을테고
그리고 자기 뱃속으로 난 자식에게
버림받고
난 늙는다는것보다 그게 더 슬프고 아프다

목숨보다도 소중한 자식에게
버림 당하는 그 아픔을 난 지금 짐작만할 뿐이지만
너무 너무 속상하다

어른모신다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어려서부터 보았기 땜에 잘 안다

지금은 어쩔수없는 과도기라
대부분이 시부모문제지만
시부모나 친정부모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보고 그냥 지나가겠는가

시부모를 모시기 싫다면
안모시는게 훨씬 낫다
그 억지로라는것이 서로에게 얼마나 못할짓인가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 삼촌들과 외숙모들이 생각나
저절로 그냥 화가 난다
난 우리 할머니 돌아가시면 그사람들
당연히 안보고 살겠지만

자기도 시부모 모시기 귀찮다고 하며서
자기 며느리에게는 엄청 효 강요하는
우리 외숙모 그리고 삼촌들의
이중잣대

세상에 사연없는사람은 없다
그리고 사람마다 자기 입장이란것이 있다
시부모 입장에선 그 입장이 있을꺼고
며느리 입장에서 또 그입장이 있을꺼다

그래서 누가 잘했다 잘못됐다
그렇게 말하기는 힘들다
그냥 어차피 한번은 죽어갈 사람들
같은 인간끼리
기본적인 예의는 지키면서 살아가는게 어떨까
누구나 며느리였듯이
언젠가는 시어머니될것 당연한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