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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정신 나갔었던 제가 너무너무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BY 흑흑흑 2001-08-07

많은 분들이 저를 욕하셔도 좋습니다

남편과 저는 서른 셋된 동갑나기 부부입니다
남편에게는 단순한 외도 정도가 아닌
정신적으로 교감을 나누고 의지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벌써 3년째입니다
정말 별별 수를 다 썼지만 그들은 아직도 연락을 하며
사랑하고 있나봅니다.
올해에 들면서 저는 사실 반쯤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아이를 위하고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이혼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양가 부모님의 소개로 우리가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녀와의 관계때문에 저와 아이
가정을 등한시하지는 않고 더욱 성실한 모습으로 지내기에
저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남편은 그녀와 이상한 게 아니고 친구처럼 위하며
남자친구들처럼 좀 가깝게 지낼 뿐이라고
말했지만
남편의 멜에서 많은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그 글들을 본 후 남편이 스스로 정리하기 전까지는
내 힘으로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좌절감에 이렇게 버텨 왔습니다

말도 못하게 외로웠고 창피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기에
많은 방황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채팅을 한 번 했습니다
난생 처음이었고 진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대화해보고픈 생각이 많이 들어서였습니다
채팅남은 38살이고 부부사이가 원만치 않았나 봅니다
얘기가 좀 통해서 사흘 만에 다시 접속을 한번 했고
그 사이 저도 모르게 전화통화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전화통화가 별건 아니고 일 이분 정도의 안부를 나누는
식이었고 남자 쪽에서 일방적으로 연락을 해 왔죠
한달 보름을 통털어 챗으로 여섯번,
전화 통화 하루 한번 정도 였어요
제가 정신이 살짝 나갔었는지
안 지 한달 쯤만에 두 시간 정도 만난 적이 한 번 있습니다
저도 남편처럼 다른 사람이 좋아질 수 있는지
궁금했고 남편에 대한 모종의 복수심도 있었지요

그 사람도 외형적으로나 사회적 위치로
매우 점쟎은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근데
그 사람과 마주한 두 시간 동안
그토록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 남편의 얼굴만이
겹쳐질 뿐
그 남자에게서 단 1프로도 호감이나 감정이 생기질 않았습니다
그 사람은 정중하게
저와 좋은 대화 상대로 지내고 싶고
만나지 못해도 좋으니 서로 힘들 때 힘이 되어주는
사람으로 남자고 하더군요
저는 솔직한 제 맘을 얘기했죠
남편 모습이 이렇게 아른거리는 걸 보니
나는 안 되겠다구요
그러고 헤어졌는데
남자는 너무나 적극적으로 돌변해
하루에 전화를 수십통씩 해 대고
제가 받질 않자
문자와 음성을 수도 없이 남깁니다
자기도 자기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다시는 못 보아도 좋으니
그냥 있어만 달라구요

제가 미쳤죠
이제서야 내가 무슨 짓을 한건가 후회가 되고
일 때문에 핸폰의 번호를
교체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발신 번호를 확인하고 무조건 받지 않고 있습니다
제 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심하게 말하면
그냥 겉도는 남편 바라보고 있는 게 더 나았지
저는 도저히 다른 사람을 생각할 수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 진짜 이상한 여자죠?
일은 이미 다 벌려 놓고 피하고
정신이 나갔나봐요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30번이나 전화를 하는 통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입니다
한 통도 받지는 않았지만
막 그 사람이 저를 추적해 볼 것 같고
놓아주지 않을 것 같아
너무 무섭습니다
어떡하죠
벌써 보름째입니다

혹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의 말씀을 듣고
참고하려고 합니다
너무너무 부끄럽고 이제 남편보다 제 자신이 더 싫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