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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며느리 하기 싫어~


BY 맏며느리 2001-08-07

어제부터 속에서 열이나 미치겠다
그저께 시동생 휴가라며 우리집에 와서 남편이랑
술마시며 하는말 "형수..우리 나중에 3층집 지어서 다 같이
모여 살아요" 이말 듣는 순간 속에서 부굴 부굴~~~
물론 농담이라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요즘 내 맘 시댁쪽에서
돌아서고 있는 중이라 그냥 넘기고 싶지 않았다
"전 그렇게 살기 싫어요 가까울 수록 뚝뚝 떨어져 살아야지"
그 시동생 공부한다고 별난 사내아들 둘 키우면서도 6개월
데리고 있으면서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용돈주고....
그래도 나중에 형수 어떻게 했을 때 서운하더라 소리 하더구만..
결혼해서 6년..시댁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하며 살았다
그런데 이젠 정말 그렇게 하기 싫다
그 사람들의 기대는 해도해도 끝도 없다는 걸 이제야 깨우쳤다.
우리 시어머니 저번주에 큰애 방학했으면 집에와서 며칠
쉬다 가란다. 흥~~ 말이 쉬는 거지 더운데 집안일 하기 싫으니
나 불러서 이것 저것 시키려는거 나 다 안다.
그래서 대충 핑계대고 안갔는데 어제 또 전화왔다
시동생 태우고 집에와서 며칠 쉬다 가란다.
손자들 안본지도 한달 다 돼가는데 보고싶단다.
수화기를 내려놓는데 속에서 불덩이가 솟는다
누군들 손주 안 보고 싶은 할머니 어디 있을까
그 맘까지 이해 못하는거 아니다

근데 공무원 월급에 한달에 두어번씩 시댁갈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데 몇주만 안가면 전화해서 난리를 친다

나 결혼해서 일년 시댁에서 시집살이 했다
그리고 분가해 나오면서 시집갈때 해온 살림살이(냉장고,세탁기,쌀통..)자기 다 쓰고 새로 사 주지도 않아 재활용센타가서 이,삼만원씩
주고 중고사서 새살림 시작했다.
친정에서 보다 못해 다시 냉장고며 침대며 사줬다

그래도 자기가 제일 좋은 시어머닌줄 안다
시동생, 시누 나보고 매일 그런다 "우리 엄마처럼 며느리 한테
잘 하는 시어머니 없더라"
그말 들으면 나 정말 돌아버리고 싶다
서른해 가까이 나름대로 인격형성 다 돼서 온 며느리를
자기집에 맞게 뜯어고쳐야 한다며 교장선생님처럼 이치에
맞지도 않는 훈시도 이젠 신물난다.

이젠 나도 서른 중반이다
나도 나의 삶이 있는데 시어머니의 방식대로 휘둘리기 싫다
지금 가장 후회되는건 여태껏 넘 착한 며느리란 인식을
심었다는 거다. 누가 알아주는가 ..착한척 하며 사는거
요즘 신랑한테 가끔 힘들다는 얘길 하며 자기네 식구들만큼
좋은 사람이 어디있느냐고, 니가 힘들게 뭐가 있냐고 한다
내가 넘 참고만 살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

신랑이 며칠전에 이런말을 했다
머지않아 부모님 우리가 모셔야 할것 같다고..경재력이 없어서..
그 말 듣는 순간 내 삶은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해서 일년 시집살이 하고 6개월 시동생 데리고 있다가
지금은 우리애들 키우느라 넘 힘든데..
그래도 몇년후면 아이들도 크고 나도 좀 편해지겠지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땐 또 시부모를 모셔야 하다니....

가슴이 답답하다
떨어져 살아도 툭하면 전화해서 오라가라하고 하루종일 전화안 받으면
어디 갔다왔냐고 닥달하고...
맏며느리라고 뭘 그리 특혜를 받았던가
특혜 준거야 있지 일 많이 하고 노예처럼 부리는거..

괜히 자꾸 심란해 진다
전엔 그래도 시댁에 잘해야지 생각했는데
이젠 나도 좀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내 인생의 주체는 나 이어야 하지 않는가
왜 맏며느리란 이유로 이렇게 끝까지 독립되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가
내 자유와 행복을 그들에게 바친다고 누가 하나 알아 주겠는가

여자의 삶...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