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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쌈 했쓰...


BY 마눌 2001-08-08

남편이 어제 시가에 가서 저녁을 먹자고 하더군요.
시엄니가 오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저께 지낸 제사, 음식이 남았다나요.
그게 얼마나 맛있겠습니까. 이 여름에.
그리고 제사 지내고 다음날은 푹~ 쉬어도 모자란데.
어디를 또 가서 날보고 부엌데기를 하라는 말인지.
정말 생각이 없어도 그렇게 없는지. ㅉㅉㅉ.
안가면 안되냐고. 가지말자고. 그랬죠.
그랬더니 혼자 갔다온다는 겁니다.
요즘 힘들어하는거 같아서 내딴에는 장어를 먹일까.
아님 비도 오는데 술한잔씩 할까.
별생각을 다했는데.

그래서 남편혼자 가고.
나는 퇴근해서 집으로 왔죠.
비도오고, 집안도 엉망이고, 방도 눅눅하고.
기분이 별루니까 보이는게 다 눈에 거슬리더군요.
욕실에 락스 뿌려놓고, 집안청소하고.
세탁기 돌리고, 빨래 걷어 정리하고. 다림질하고.
그 좁은 집에 뭔 할일이 그렇게도 많은지.
10시쯤 남편이 왔어요.
욕실청소 안한게 생각나서 얼른 가서 했죠.
그랬더니, 그런건 평소에 좀 해라.. 면서.
뭐라고 궁시렁거리면서 가는겁니다.
욕실청소 끝내고 방으로 갔더니.
선풍기 쐬면서 비스듬이 누워서 tv 보고 있더군요.
제가 젤루 싫어하는 일입니다.
누가 됐든 한사람이 일하는데.
다른 사람은 그렇게 놀고.
슬슬 열을 받더군요.

대화방법교육을 받았던 터라 좋게 말해야지.. 했지만.
어제는 왜 그랬는지. 그냥 퍼대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말을 꼭 그렇게 *가지 없게 해야하냐...
청소하는 날이 정해져 있냐.
자기는 따뜻한 밥 먹고 왔으면서.
청소하는 마누라보고 같이하자거나 수고한다는말은 못할망정.
그렇게 말을 해야되냐..'
계속 둘이서 빈정대기만 하고.
도저히 대화할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죠.

별일이 아닌것 같지만.
며칠전부터 제사도 있고 쌓이고 쌓여서...
날도 후덥지근하고... 아무튼 어제 폭발했습니다.
괜히 쓰레기통을 발로 차고 안들어올것처럼 하고 나가더니.
담배한개비 피우고 들어오더니 씻고 그냥 자는겁니다.

정말 저는 이런거 싫어요.
제가 성질이 급해서인지.
무슨 문제가 있으면 마무리를 하고 자야하는데.
남편은 그런 상황에서도 잠이 오나봐요.
코까지 골며 잘 자는 걸 보니까 더 화가 나대요.
이럴때는 보통 내가 먼저 말을 꺼내고 문제해결(?)하고 끝내고.
그래서 아침에는 좋은기분으로 출근하자.. 그랬는데.
어제는 정말 말도 꺼내기 싫더라구요.

그게 오늘 아침까지 이어져서 지금까지도 어정쩡한 상태로 있어요.
이번에는 절대로 먼저 말 안건낼 겁니다.
매번 내가 먼저 말 꺼내니까 자기가 다 잘한줄 알고.
며칠을 가는지, 두고 볼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