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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산산조각나는 슬픔


BY 퉁퉁이 2001-08-09

지난 주에 갑자기 친정 어머님의 여의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되고,
전 의외로 잘 자고, 잘 먹고, 웃기도 합니다.

이제 정말 저희 엄마는 이 세상 분이 아니신건지,
이젠 친정에 가도 거실에 앉아 맞아주시던 그런 모습을 뵐 수가 없는건지....굳이 떠올려야 조금 실감이 날 뿐, 도무지 거짓말 같기만 합니다.

친정과 떨어져 사는 탓에, 지금도 저희 친정 거실 소파에는 저희 어머니가 식곤증으로 길게 누워 주무시고 계실 것만 같습니다.

아직도 젊은 나이.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기에 더 기가 막히고, 황당하게만 생각될 뿐...

심장마비라고 합니다. 새벽에 언니의 우는 전화를 받고 뛰어 갈 때까지도 설마, 설마.. 큰 병원으로 엠뷸런스가 다녀올 때까지도 큰 병원 가서 금방이라도 나아지겠지...하는 마음이었지 그렇게 눈 한번 못 떠보시고, 말씀 한마디 없이 그렇게 가실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 옛날에, 요즘도 하기 힘든 그런 연애를 하셔서 돌아가시는 날까지도 그토록 사랑하시던 아버지를 두고, 아직 어린 동생과 저희를 두고 어떻게 그렇게 미련없이 가실 수 있었는지...
가시는 당신은 또 얼마나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뒤돌아 보며 가셨는지...

장례식장에서 친정 엄마의 사진을 보며, 이제 저 얼굴을 다시 못보는가 싶은 생각을 들 때마다 정말 몸부림이라도 치고 싶고, 아무하고나 악을 쓰고 싸우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주위의 모든 세상이 산산조각이 나서 모두 땅속으로 꺼져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생활로 돌아와 출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여전히 세상은 부서지지 않고 잘 돌아가고만 있군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누구도 만나기 싫고, 심지어는 귀여운 제 아이의 투정마저도 귀찮은 지금, 다시 사람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있는 제모습이 너무 끔찍하게만 여겨집니다.

달려와 안기는 내 아이를 보며, 이제 난 이렇게 달려갈 엄마가 안계시는구나...울컥 서럽고, 혼자 되신 친정아버지를 생각하면 땅 속으로 꺼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힙니다.

장례 치를 동안 그렇게 울고도, 지금도 어디 가서 두 발을 뻗어놓고 대성통곡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살아가는 굽이 마다 이런 기막힘은 더 하겠죠.

친정부모님, 특히 엄마는 늘 천년만년 제 곁에 계시는 분인줄 알았습니다. 늘 피곤하고 힘들면 달려가 투정하고, 아직도 시간이 더 많이 있다고 생각해서 나중으로 미루느라 해드리지 못한 것들 투정이지요.
늘 친정보다는 시댁이 우선이었고, 시댁 눈치보느라 친정에 두번 갈 것도 한번 갔었죠.

언제쯤, 친정엄마가 안계신것에 익숙해 질 지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젊고 능력있는 친정아버지, 빨리 재혼시키라는 주위 사람들 말도 하나도 귀에 담기지도 않습니다.

엄마의 흔적이 묻은 친정집에서 며칠이고 그냥 울고만 지내고 싶은 맘이 솔직한 제 맘이죠.
그렇게라도 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한번이라도 더 뵐 수만 있다면, 시간을 다시 돌려 돌아가시기 전에 한번이라도 더 제 얼굴을 보여드릴 수만 있게 된다면, 1년 365일이라도 엎드려 울고 싶기만 합니다.

정말, 모두 부모님 살아생전에 정성을 다 하십시요.
내일, 내년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표현하고 위로해 드리십시오.

전 정말 이 불효의 빚을 어떻게 평생 지고 살아야 할 지 막막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