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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갈등일기1


BY 음 2001-08-13

나는.. 지난주 시댁엘 다녀와따...
남편도 델꼬.. 딸도 데리고 가따와따...

시댁과 우리집은 도간 경계를 뛰어넘어 두 시간이 족히 걸리는 상당히 걸리는 먼 거리다..
그리고.. 딸 아이는 이제 돌을 막 지난 철없는 것인데...
날 닮아서 지독스레 멀미를 한다...
카시트에만 얹으면 죽는다고 야단이다...

그렇지만...

시어머니는...전화상으로..
"안본지 꽤 됐다... 집에 한번 오너라..."
하셨다...

소심한 나는 그걸 두고 며칠을 고민하였다..
그러다가 친정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가..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번씩은 가야 한다고 했다...

가기로 했다..

사실.. 시어머니께서 전화하셔서 명령하셨을 때, 이미 간다고 말씀드렸었다.. 나의 소심한 성격이 어딜가겠는가...고민은 왜 했나 몰라.. 간다고 말씀드렸으면서...

그래서 갔다...

벨이 울리자.. 어머니는 맨발로 뛰어나오시더니.. 아이를 낚아챈다..
너무 기뻐하신다..
'아 부담스럽다~'

쥬스를 내오시고.. 과일을 내 오신다...
다 사놓은지 오래된 것들이다..
하지만.. 부산스럽게 준비하시며.. 나를 부엌으로 못 들어오게 하신다.

애나 보라고 하시며.. 억지로 에어콘이 있는 거실로 나를 내모신다..
정말 훌륭한 시어머니다...
'역시 교양 만점 시어머니다..'

한시간 후...
어머니는.. 누워있는 딸아이의 발목을 잡고 앉아 계신다...

"아이구.. 우리 이뿐 손녀.. 할미가 기저귀 함 갈아줘야징..너 기저귀 갖고와.."
나에게 명령하신다...
기저귀 대령이다...

기저귀를 채우려 하자.. 아이는 온몸을 비틀고 필사적으로 운다..
어머니는 아이를 패대기치며...
"지어미를 닮았나.. 기집애주제에 왜 이리 별나?"
하고 나에게 기저귀를 채우라 하신다...

나는 묵묵히 하라는대로 한다...
화가 난다..
괜히 안 갈아도 되는것을 열어서 하겠다 하셔놓구선...
아이는 온방을 도망다닌다... 나는 온 몸에 진땀이 난다...
아이를 따라 기어다니는 나를 보며...
시어머니는 한 말씀 하신다..
"으이그... 애 어미가 되어선 기저귀도 하나 못 채우고... 저런걸 며느리라고 들인 내가 복 없는 년이지..."
하신다...

이제 슬슬 시작이다...오늘 내일 잘 보내야 하는데...
오, 주여.. 저에게 차고 넘치는 인내심을 주시옵소서...

저녁 시간이 되었다...

또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자.. 억지로 거실로 내 모시며...
"거실에서 애나 봐라.. 밥은 내가 해 주마.. 너 먼길 오느라 힘드는데.. 좀 쉬면서 애나 봐라..."
하신다...

다시 교양이 넘치는 착한 시어머니로 돌아갔다...

"그래두요... 제가 할게요.."
그러자...

"그럴래? 그럼.. 이거 좀 볶아라.."
얼굴에 웃음이 가득...불옆에서 하는 더운 일감을 내게 맡기신다..

열심히 하는데.. 갑자기 시아버지가 보고 계시던 아이가 으앙 하고 운다...

순간 시어머니께서 나를 노려보신다...
"너는... 글쎄.. 애는 안 보구...뭐햇?"
하신다..

후라이팬위의 부침개를 뒤집던 뒤집개를 던지고 애한테 간다..
시아버지가 사람좋으신 얼굴로 하하 웃으신다..
애가 소파에서 떨어져서 뒤통수를 박았다고 하신다..
그럴수도 있는 일이라 하신다...
애 울음소리를 듣고 자기방에서 자던 남편이 뛰어나온다..

내가
"어휴... 나랑 어머니 밥하는데 애 좀 보지"
했다.

아차..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니다.. 넌 가서 자라.. 안 그래도 바깥일 하느라 잠도 부족한데..너는 니네들 둘이 있을때도 그러냐? 너희 집안은 그리도 본데가 없냐? 하여튼 가정교육이 제대로 안된 집안에서 며느리 보는 인간들 있으면 내가 도시락 싸댕기며 말린다..원.."

어머니는.. 부엌으로 다시 따라나서는 나에게 곱지 않은 눈길을 주시며..

'애나 잘 봐라..이 변변치 못한것아'
하고 속으로 말씀하시지만.. 이내.. 내가 다시 부침개를 부치는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신다...

"너.. 애한테도 신경쓰면서 하는거지?"
하신다..

"예..그러믄요...제가 보고 있어요"
꼭 무슨 머슴같다..
애는 어느샌가.. 지네 할아버지를 벗어나 내 발밑에 와서 다리를 잡고 어설프게 서있다...

온 몸에 진땀이 흐른다...

드뎌 저녁 식사 시간...
어머니는.. 다시 아이를 안고 서서.. 우리에게 먼저 밥을 먹으라 하신다...

"어머니가 먼저 식사하세요.. 제가 애 볼게요.."
하자...

"아니다.. 됐다.. 니가 먼저 해야지...먼길 오느라.. 넌 멀미까지 하니까 얼른 밥 먹어야지.. 어서 먹어라.. 난 좀 있다 먹어도 된다.. 애 밥은 내가 먹여주마.."

다시 교양만점이다...

밥숟가락을 아이에게 들이밀자.. 아이는 입을 앙다물고 손으로 숟가락을 쥘려고 한다...

흡족하게 바라보며.. 숟가락을 손에 쥐여주신다...
"어휴.. 어린것이 벌써 혼자 밥을 먹기도 하니? 너 애 교육하나는 잘 시키는구나.."

하지만.. 이내... 아이가 온 거실에 밥알을 흘린다는 엄청난 사실에 당면한.. 시어머니.. 숟가락을 뺏는다..

아이의 인상이 굳어진다..

아이에게 억지로 입을 벌리고 밥을 떠넣자 아이는 입안에 들어갔던 밥을 뱉아낸다...

어머니는 광분하셨다...

애한테 자꾸 먹이려하자.. 애는 입을 필사적으로 앙다문다...
어머니는 밥그릇과 숟가락을 줏어들고 내 앞으로 와서.. 패대기친다...

"야.. 애 버르장머리 저 따위로 가르친 니가 가서 먹여라.. 난 못 먹이겠다... 너는 이제 돌 지난 어린 것한테 밥 한술 떠먹이기 싫어서 숟가락 쥐였냐? 그래서.. 쟤가.. 저러는거 아니냐? 난 니 서방 두돌 넘을 때까지 떠먹였다.. 원... 저런 게으른 것 같으니라고... "

나는 묵묵하다...
밥 그릇을 치우고.. 다시 솥에서 밥을 푼다..
그리고 애한테 가져가 먹이기 시작한다...

애는 안 먹으려고 필사적이다...
애한테 숟가락을 쥐어주자...
시어머니가 나를 째려보신다...

"또...또... "
하신다...

얼른 숟가락을 뺏는다...

어머니는 식사를 하신다..
나는 남은 밥을 못 먹고 치우고 설거지를 한다...

시어머니는...
자러 들어가시며..내게 말씀 하신다..

"너, 저녁도 부실한데.. 냉장고에 든 과일이나 내 먹든지..."
다시.. 교양 만점이다...

처음과 끝이 좋으니.. 다 좋은 것이라 생각하려 한다...

시어머니 다른데 없는데.. 나만 별나게 굴면 죄받는거라 엄마가 말했다...

앞으로 시어머를 안 미워하고 잘 살게 해주세요..
기도드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일이 꿈같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