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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사랑


BY ........ 2001-08-13

(어느 신문에서 접한 죽음도 넘어선 사랑)

"엄마,엄마" 죽음의 문턱, 가물가물한 의식속에 어렴풋이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
그소리가 그토록 안타까웠던 걸까?
한줌의 재가 고인의 집 앞 느티나무에 뿌려졌다.

지난 19일 전라남도 장성군 남면에서 어린 두아이와 남편이 마음에 걸려 차마 그들을 떠나지 못하고
그들 곁으로 돌아오는 고 손복순씨(37)씨의 장례식이 바로 그 안타까운 사연.
손씨는 명당자리의 무덤도, 한 줌의 재가 되어 깨끗한 강이나 산에 뿌려지는 화장도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은
사치라 여겼나 보다.
손씨는 가느다란 의식이 남아있던 죽음을 눈앞에 둔 며칠전, 자신의 다 태운 육신을 집 앞 느티나무의
거름으로 주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직 초등학교도 가지 않은 어린 두 아들, 앞으로 혼자서 모든 살림을 도맡아 꾸려나가야 할 남편에게
미안해서 고인은 이렇게라도 가족들 곁에 남고 싶었나 봐요"
눈시울을 붉힌 주위 사람들이 전한 애기였다.

죽음으로 인해 지금 있는 곳과는 다른 곳으로 간다는 것, 함께 했던 이들과 헤어져야 한다는것,
철저히 혼자가 되어야 한다는 두려움보다
손씨는 사랑하는 남편과 두아들을 두고 떠난다는 사실이 더 마음 아팠던게다.

이같은 손씨의 마음을 모를리 없는 주변 사람들은 그의 유언대로 가족들 곁에 그를 묻어 주었다.
하지만 이 장례식이 결코 슬프지만 않은 까닭은
손씨가 예전의 병들고 약한 모습이 아닌 건강한 느티나무로 되돌아 왔기 때문이다.

남편 이욱일(39)씨는 "집앞에 이렇게 함께 있으니 마음이 너무 편해요.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볼 수 있잖아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신과 함께 아이들을 지켜줄 아내가 고맙기만 하단다.
더욱이 더 이상 아픈 모습이 아닌 파란 싹 틔우며 튼튼하게 자랄 느티나무로 남아준 것이 이씨에게는
무엇 보다도 큰 위안이다.

"이제 이 느티나무가 우리 엄마야?"
어린 나무를 바라보는 두 아들 명기(8)와 진기(6).
이들도 엄마의 육신을 거름 삼아 자랄 이 나무가 자신들과 함께 숨쉬며 때론 시원한 그늘로, 때론 따뜻한
품으로 자신들을 안아줄 '엄마"임을 이미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