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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집 방문할 때 어떻게 하시나요?


BY 방문자 2001-08-13

며칠전 시골에 사는 친구집에 다녀왔다.
애들 방학이기도 하고, 늦게 시집가서 사십 다된 나이에 얻은 아들 백일(잔치는 식구들끼리 하고)을 빙자해서 친구 얼굴도 보고, 애들 시골구경도 시켜줄 겸 길을 나섰다.
시골에 산다고는 하지만 현대식 부엌에, 집안구조에 불편함이 없었다.
그런데 마음이 약간 불편했다.
이유는 같이 간 친구와 나를 손님이라기 보다는 일꾼부리듯(?) 한 것 같아서이다.
우리가 간다고 미리 연락했을 땐 아무얘기가 없었는데, 점심에 가보니 자신의 또다른 지인이 저녁에 온다는 것이었다. 점심으로 콩국수 얻어먹고, 그 친구네 논 구경(거의 3만평이 넘는 땅이라 구경할 만 했다.)을 드라이브삼아 조금 한 후, 같이 간 친구와 나 그리고 안주인인 시골친구와 셋이서 그 시골집의 시부모님과 저녁에 도착한다는 지인 (4사람)의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사실 처음엔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 밭에가서 고추 부추 늙은오이 따서 다듬고, 어차피 안주인인 친구가 신경이 제일 많이 쓰였을 것이고, 한일도 많았으니까.
그런데 어느시점부터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건 완전히 **야 너 이제 이거해. **야 이거 이렇게 해서 저렇게 해와. 좋아 그것까진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우리애랑 같이 간 친구 애들이 자기네 침대위에 올라가서 뛰어논다고 와서는 막 뭐라 하는 거다. 같이 간 친구애들 아빠가 나쁘긴 하다. 여자들이 일하니까 자기가 좀 보아주면 되는데… 애들이 비가 약간오고 저녁이라(시골은 어둠이 빨리 오는 것 같았다) 어두우니까 나가 놀지도 못하고 엄마들은 안보이고 하니까 그랬으리라. 이런얘기를 하니까, 그래도 엔간해야지 그게 뭐냐는 거다. 우리애가 제일 컷으므로(초딩3) 조용히 불러서 타이르고 아줌마께 잘못했다고 말하라고 시켰다. 안주인 친구는 뭐 그런걸로 애한테 그랬냐고 말하길래 샹했던 맘이 좀 누그러졌고, 저녁 설거지는 후발팀인 그 네명의 지인들이 하기에 안주인 친구의 스타일이 그런가 보다 하는 생각은 했다.

저녁먹고 술좌석 시중- 잔 준비, 과일 깎기 등-과 뒷 설거지 모두 우리가 했다.

아침준비는 같이 간 친구와 안주인인 친구가 하고 설거지는 내가하고.
그리고 약간의 농산물을 얻은 후 집에왔다.
참, 같이간 친구와 나는 5만원 상당의 선물과 7만원상당의 아기 선물과 시부모님 선물을 준비해 갔다. 어디까지나 아기 백일을 빙자했으니까…
사실 우리가 무슨 거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얼마를 사갔으니, 얼마를 대접받고 와야 한다는 것은 차라리 서로 만나지 않는 게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친구나 친지집에 갈 때 약간의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방문하는 사람의 정성이고 음식을 준비해서 대접하는 것은 주인의 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서로가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방문한 사람은 설거지라도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집에 왔을 때 아무리 도와준다 해도 물론 안주인 입장에서 번거롭고 귀찮겠지만, 초대한 사람은 그런 것을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마음이 있을 때 사람들을 초대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유야 어쨌든. 즉, 사람이 반갑던, 방문자가 가지고온 물질에 대한 부담감이건. 그리고 도와준다고 했을 때 그 고마움을 말로라도 표현하고 최소한 사양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것이 매너라고 생각한다.

같이 간 친구하고 그 시골집 안주인은 이런게 통하는 사이(둘은 과친구 둘과 나는 대학동창이며 서클친구)인 것 같아서 그 친구에게 짜증난다고 말했더니, 자기도 조금 그렇다고 한다.
같이 MT가거나 친구들끼리 놀러갔을 때에는 서로 돌아가면서 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리고 친구의 경우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시골집이기 때문에 음식을 시켜먹거나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손님이 잦은 특성을 감안해보아도 이런 경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 궁금하고, 갔다온 후 맘이 개운치 않아서 이글을 올려본다.

안가면 고만이지 라는 답은 이미 알고 있으니 그 외의 다양한 의견 듣고 싶네요.
나의 좁은 식견을 넓히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