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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갈등일기(3)


BY 음 2001-08-14

오늘은 시아버지한테 혼난 이야기 할게요..

지난번에 말씀드렸죠?
저희 시아버지는 사촌 형님들이 저에게 존대말하면 저를 나무라시는거...

그날... 시댁에 갔던 날도 엄청 혼났잖아요...
"원.. 저렇게 붙임성이 없고 배운게 모자라서 지네 형들한테 높임말 받아먹는다.."
하구요..

그런데.. 이런일이 처음이 아니라.. 저는 사촌 형님들을 처음 뵐때마다 걱정이 참 됩니다...

지난번에도 어머니 친정쪽으로 제게 사촌 형님뻘되는분이 오셨는데..
서울분이고, 저를 처음보신데다가 나이도 저보다 어리셔서 저에게 높임말을 하셨는데...저보고 막 야단치셨어요...

넌.. 형이 나이 어리다고 높임말 받아 먹으려 하냐구요..그리고 아주버님들이랑 형님들, 조카들 있는 앞에서 형님한테 '형님, 제가 말씀 낮추시라고 안해서 죄송합니다..'하고 말하고 빌라고 시키셨어요..

그렇게 했어요..

그러고 나서는 시댁 식구들 볼때마다 간이 철렁거립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손위 사촌동서를 만날 일이 생겼습니다..

이번에도.. 결혼하고 처음 뵙는 사촌 동서인지라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편한테 말해서 형님더러 나한테 말씀 낮추시라고 말씀드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형님은 선심이라도 쓰시듯 그러마고 전화상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렇지만.. 막상 처음 만나니 그게 어려웠던듯 형님은 시종일관 말씀을 높이셨습니다..

시아버지는 어린 조카들이랑 아주버님들 앞에서 저를 불러다 꿇어앉히시고 본데없다고 매우 야단치셨습니다...

사촌 동서는 제 편을 들더군요...
"작은 아버님, 그러지 마세요.. 동서는 제가 알아서 가르칠테니..."

눈을 딱 감고 형님 말씀 낮추세요.. 하고 말씀드리려했는데..워낙 소심하다보니..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절대 형님한테 존대말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 시동생이 사귀는 아가씨를 데리고 왔습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해서 아가씨 하고 불러드리고 높임말을 썼더니 그 아가씨가 가고난 후 저는 불려가서 아버지방에서 엄청 야단맞았습니다..

아랫동서 될 사람한테 왜.. 높임말을 쓰냐구요...
가정교육이 잘못되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시댁에서 식사시간이 되면 시아버지께서는 비타민 한 알씩을 꼭 손에 쥐어주십니다..

전 그게 너무 싫습니다...

빨리 죽고 싶은데.. 그런거 먹어서 뭐합니까?

근데.. 지난번에 그거 안 먹고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아버지한테 맞아죽을뻔 했습니다...

이제는 아버지가 비타민을 주시면 그 자리에서 넘기는 걸 보여드려야합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고 저는 남편 옆자리에 앉았습니다...멀미가 심해서 그랬습니다..뒷자리에 앉으면 두시간동안 국도를 가야하는데 멀미 나 죽을거 같아서요...

아이는 카시트에 앉아서 잘 있습니다. 차도 작아서 카시트가 움직일 염려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보시더니..
시아버지께서..다시 올라오라고 하셔서.. 집에 가서 다시 꿇어앉았습니다..

"너는 애어미가 되서 옆에 안앉고 남편 옆에 앉아? 자세가 글렀다.. 한번만 더 내 눈에 띄면 크게 야단맞을줄 알아라.. 응? 내가 안 본다고 어디 갈때, 니 남편 옆에 앉기만 해봐.. 넌 앞으로 평생 남편 옆에 못 앉는다.. 그 자리는 니 자리가 아닌 거다.. 알겠냐?"

"예.. 아버지..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알았다.. 가보거라.."

겨우 풀려났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꾹 참습니다...
아버지앞에서 울었다간 오늘내로 집에 못가고 야단 맞습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울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