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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막심


BY 창피하다 2001-08-23

오후에 나갈 일이 있어서 세수하고 거울을 보았다

끔찍하다.......

너무나 변해버린 모습

예전엔 나에게 첫눈에 반해서

지하철역에서 너무 사랑스럽다(?)고

발걸음이 굳어진 체로 나만 쳐다보며

내친구 붙잡고 나에 대해 물어 보던 남자도 있었다

미팅나가면 나에게 반한 두남자가 나를 두고 싸우기도 했었다

종로 고려당 2층에서 사자중매만 선다는 아주머니

내친구들 사이에서 나를 불러 잘나가는 남자들 빽빽하게

적혀있는 수첩 꺼내 보여주며 선한번 보지 않겠냐며

물어본적도 있었다

근데.......

지금 나.....

누가 믿으랴....

푹퍼진 정도가 아니라 한없이 나온 배에 늘어진 목살

날씬한 사람 허벅지 정도되는 팔뚝

순식간에 쪄버린 탓에 다 터진 피부

피부 좋다는 소리 듣던 내가

화장기 없는 얼굴로 세월을 보냈더니

거칠고 기미낀 얼굴이 되버렸다

맞는 사이즈가 없어서 오늘도 옷가게에서

이거저거 입어보고 눈물까지 날뻔했다

우리동서 나만 보면 얘기한다

시집에 걸려있는 결혼사진

지금과 비교되는 사진이 영 믿기지 않아서

시동생에게 물어 봤단다

형님 결혼전에는 어땠냐고 시동생 왈 귀엽고 이뻤지....라나...

24는 못입어 봤어도 25사이즈 치마랑 반바지

다 사촌동생들 줬는데 사촌동생들 작다고 못입고 있더라

오늘 34 입고도 작아서 찢어질까 얼른 벗었다

비참하다....

남편과 잠자리도 하고 싶지 않다

부부사이에 어떠냐며 나온배를 쓰다듬어 주는 남편 손길이

보여주기 창피하고 자존심 상한다

여성상위는 나온 배가 창피해 죽어도 못한다

오늘따라 내모습이 너무 끔찍해서 미치겠다

저녁 배불리 먹고 헉헉 대고 있는 나를 웃으며 쳐다보는

남편에게 민망하고 미안하다

남편도 이제 조금씩 데리고 다니기 창피해지기 시작하는거 같다

수치스럽다 내모습이 내몸뚱아리 내얼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