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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힘 없는 막내며느리.


BY 구름나그네 2001-08-23

전 막내며느리죠.

저는 큰 동서와 저 며느리가 둘이죠.

가운데 아주버님은 아직 결혼을 안해서.

우리 큰 동서 저와 나이 한 살차이 나지만,

세대차는 한 십년도 더 나는 것 같아서,

아예 말 잘 안 합니다.

시댁에 모여 일할때는 내가 막내니 참고 일하죠.

저 결혼한지 7년 되었는데, 우리 큰 동선 아직도

우리 집 전화번호도 몰라요.

언젠가 전화번호부에서 찾아서

작은 시아버님께 가르쳐 드렸노라고 자기 입으로 내게 말하대요.

시댁에서 속상한 일 친정에도 말 못하고,

신랑만 불쌍하죠.

그래도 우리 신랑 이렇게 말합니다.

형수가 어른이니 당신이 잘 하라고

언젠가는 형수도 우리 마음 알아 줄 거라고,

그러나 그 때는 안 오리라는 걸 전 잘 압니다.

우리 큰 동서 제 생일이나, 제 신랑 생일에

전화 한 통 안 하거든요. 일년에 두번 씩만 전화했어도

우리 집 전화번호는 알고 있겠지요.

처음엔 너무 속상해서, 눈물 많이 흘렸습니다.

큰 며느리이면서, 명절 때 차례지내면 곧바로 친정에 가버립니다.

우리 시댁 종가집이라 손님접대는 다 제 몫이죠.

친정 멀어 한 번도 못 가는 내게 위로(?) 한 번 안 하고,

으례 그러려니 합니다.

시어머님도 마찬가지죠.

당신 딸이 언제 오려나 목빠지게 기다리십니다.

조금만 늦어도 전화통에 불납니다.

우리 친정엄마도 멀리 딸 시집보내고,

기다리시기는 마찬가지일테지만,

안부전화 드리란 말씀 한 마디 안 하십니다.

언젠가 저희 친정엄마에게 전화해서 울먹이니까,

너무 멀어 못오는 것을 어쩌겠냐고 하시면서,

친정에도 못 오니 시어른께 잘 해드리라고,

네가 시어른께 잘 하면 올케들도 엄마한테 잘 한다고,

전 친정엄마 말씀대로 잘 하려고 노력합니다.

언젠가는 우리 마음 알아 줄 날 있으리라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말입니다.

남남이 한 집으로 시집 와서 동서지간 됐으니,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잘 살기 위해서,

그저 막내인 저는 참고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