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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너무 이상해.


BY 페르시안고양이 2001-08-24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이상합니다.
우리 남편한테 너무 매달리며 살지 말자고 다짐 또 다짐하는데
내가 너무 우리 남편한테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요.
어젠...
개학하고 첫날이라 힘들것 같아서 반찬도 해놓고 만삭에 가까운 무거운 몸으로 시장 보느라 땀 뻘뻘 흘렸죠.
그래도 맛있는 거 해먹이고 싶었습니다.
좋은 모습으로 맞이 할 준비를 다하고 상차리고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어요. 회식이라고....
난 지금껏 음식 준비했는데 꽤 짜증이 나더라구요.
보통 학교에서 회식하면 정말 8시를 넘기지 않아요.
그래서 일찍 들어오겠지 했는데
9시가 지나고 10시가 지나고 11시가 지나도 들어오지 않더군요.
이유없이 눈물이 나더라구요.
내 참....

눈물이 계속 주룩주룩 나오더니 계속 전화기만 붙들고 행여
무슨 사고라도 난 건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 내가 한심해
핸드폰도 던졌습니다.
시집을 멀리 온 터라
이곳에 아는 사람이 없어요.
우리 사는 아파트도 평수도 신혼부부치고 큰 평이고 땅값도 비싼지라
내 나이 또래 신혼부부는 아무도 없죠.
전 하루종일 청소하고 정리하고
그리고 남편 얼굴만 기다리고 살아요.
어떤 날은 아무 말할 사람이 없어서
목소리가 잠겨있죠.
요즘엔 목소리도 전 같지 않아요. 하두 말을 안해서...

이런 내가 한심해서.
나두 이러는 내가 한심해서...
대학 동기들은 자기 직장 갖고 있어서 연락하기도 힘든 걸
보면서 나두 참 한심해서...
계속 눈물이 나대요.
그래서 12시가 가까이 들어온 남편에게 소리소리 질렀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돌아 누워 우는데
남편 정말 눕기가 무섭게 잠이 들더군요.
와이프는
속이 상해서 계속 우는데 말이에요.
무슨 변명의 말도 없이 말이에요.

냅다 화장실로 가서 있는 물건 다 던졌어요-화장실에 값나가는 물건이
없기에....-.-

내가 남편에게 너무 집착하지 않는 길은 제가 일을 갖는건데
지금 만삭이라 새로 일을 시작하는 것도 어렵고
정말 답답하네요.
내가 너무 한심하고 내가 너무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