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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는 왜 보냈나요?


BY 슬픈 나 2001-08-30

또 시엄니가 전화를 하셨다.
물론 우리집이 아닌 남편회사로.
남편은 사무직이 아니고 종일 현장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인데
그래서 어쩌다 내가 전화해도 바빠서 제대로 연결이 안되는데
울 시엄니 사소한 일까지 장거리 전화 때리신다.
남편 그때마다 집으로 전화해서 내게 투덜투덜...
네가 얼마나 엄마한테 소홀했으면 현장까지 전화하게 하냐며.
뭔일났나 싶어 무슨 일로 전화하셧대? 하고 물으면
그냥 하신 거란다. 당신 감기걸려 입맛이 없어 밥을 못먹는다는 둥
죽을 병 걸렸는지 꿈자리가 사납다는 둥... 그때마다 기가 막히고 허탈해지는 나.
차라리 손주들 안부라고 묻는 전화라도 되었으면 이 며늘 죄송한 마음에 얼른 시골로 다시 전화를 하련만...
착하기만한 울 서방, 그럴때마다 부르르 토요일만 기다려 시엄마에게 달려간다. 집안에 행사가 있건, 중요한 선약이 있건 말건 다 밀쳐두고, 아이들도 안데리고 혼자 간다.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다.
올해 환갑지내 노년이라고도 할 수 없는 나이, 먹성은 얼매나 좋은지 밥도 대접으로 두 그릇, 보약은 또 얼마나 자주 해드시는지, 자식들마다 다 효자고, 우리보다 더 부자로 사시는 울 시엄니, 혼자 계시기 적적하면 와서 사시라해도 내가 너희 집에 왜 살러가냐며 그건 죽어도 싫단다. 그러면서 오매불망 나이 사십다된 아들만 불러내린다. 하긴 한 집에 살아도 더하겠지만.
도대체 내가 안하면 절대 집으로 전화 안하는 양반, 빈 말이라도 애들 무탈하냐는 소리 한 번 안하는 양반, 십년을 넘게 당신 입안의 사탕처럼 비위맞춰가며 오랄데마다 내려가고 해달라는 것마다 다 해드렸는데도 며느리는 영원한 남인가? 나만 보면 투기하는 못된 안방마님같은 표정으로 생뚱하니 눈도 안마주치고, 사사건건 시비거리만 찾고, 아들며느리 이간질이나 시켜놓고...
지금도 밤에 잘때마다 혼자 울다 잠든다고 투정하는 시엄니, 잠안온다고 시도때도 없이 아들핸드폰 울리는 시엄니, 그렇게 아들이 좋으면 영원히 옆에 끼고 살 것이지, 장가는 왜 보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