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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여기서 살아야하나..


BY 초보엄마 2001-08-31

답글은 몇번 달았지만 제 일로 글 올리기는 첨이에요.
그냥 우울해서 글을 씁니다.

결혼하고 몇년 따로 살다가 집안 사정과 시부모님의 끈질긴
바램에 못이겨 시댁으로 들어온 둘째며느리에요.
얼마전 아이를 낳았는데, 애보랴 살림하랴 은근히 조여오는
시집살이에 신경 곤두세우랴... 피곤해서요.
시부모님 같이 가게하시는데, 시어머니는 이제 살림에서
완전 손떼셨고 하시는 일이라고는 저녁에 들어와 애좀 한두시간
봐주시고 목욕 같이 시키는정도.
식사후 이쑤신 이쑤시게도 아무데나 던져 놓으시고,
사용한 티슈같은 것도 거실에 널려 있지 쓰레기통에 넣는적이 없고,
물드시고도 물병을 한번 냉장고에 넣는것을 못봤구,
제가 여기 들어와서 걸레 드시는거 딱 한번 본것 같아요.
제가 임신 막달에요.

잠들면 한시간이나 자는 아이, 하루종일 안아달라고 목이
메어져라 울어 제끼고, 애를 좀 달래놓고 찌게 올리고
또 애를 좀 달래놓고 찌게 재료 다듬고...
몸이 지치니 마음까지 지치는것 같아요.

애낳구 한달 되기전에 집에와서 하루종일 애안고 있었더니
손가락 마디부터 팔꿈치까지 전부 쑤시고 아픈데
형님이 결혼해서부터 지금까지 아프다는걸 달고 사는 사람이라
시어머니 툭하면 그일로 비꼬고 싫어하는걸 뻔히 알고 있으니
저두 아프다는 소리 못하겠어요.
종이기저귀 친정에서 있으며 남은게 많아서 지금까지 그걸로
쓰고 천기저귀 쓰고 있는데, 어젠 어머니 애봐주실때 내일
저녁거리 사러 수퍼에 갔다가 왔더니 봉지가 커서 그랬는지
인상쓰시며 기저귀 사왔냐고 뭐라 하시데요.
하도 천기저귀 쓰라고 하셔서 몸좀 회복되거든 쓰겠다고
했는데도 소귀에 경읽기고, 하도 잔소릴 하시니 지겨워서
천기저귀를 쓰는데 팔이 아파서 하루에 한번 모아서 삶은뒤
세탁기로 헹궜더니 그걸 갖구도 뭐라고 하세요.
나는 다 손빨래해서 키웠는데, 그게 힘들어 세탁기 돌리냐고..

일이 늦어서 새벽에 들어온 남편이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라면그릇 꺼내는 소리가 좀 달그락 거려서 그 소리에 깨셨나봐요.
다음날 저한테 짜증을 있는데로 내시면서 라면그릇 거기에 놓으니깐
시끄럽지 않냐고 치워 놓으라고 한마디 하시데요.
그 라면그릇은 제가 여기 들어오기 전부터 항상 그자리에
있었는데도 말이죠.
일찍 잠자리에 드는 시아버지땜에 밤9시만 되면 까스렌지
불켜는게 정말 눈치보입니다. 남편이 늦게 들어오면 밥차리며
할수없이 까스렌지 써야하고 부엌에서 달그락 거려야하는데
그건 어머니도 아들인지라 뭐라 못하시지만, 좀 출출해도
커피한잔이 먹고 싶어도 9시만 넘으면 나가서 해결해야되요.
출출한건 참아야하고, 커피는 자판기 뽑아 먹어야죠.

애땜에 하루종일 꼼짝 못하는걸 아시면서(애가 잠을 깊이 못자서
사람이 옆에 없으면 자다가도 일어나요) 찬거리 좀 사다주시면
좋을텐데, 시장에 계시면서도 그냥 빈손으로 오시는것도 싫어요.

남편과는 들어오기 전부터 분가할꺼란 약속을 했지만,
전세금 있던것들 절반을 가져가셔서 모른척 하시니 분가를 어찌할까
고민이에요.
아들 키운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얼마전엔 그러시데요.
아들들 이때까지 키워서 부모가 되가지고 그런것도 요구못하냐고
한잔 하신김에 너무도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시아버지를 보니
화가 나는게 아니라 어이가 없고 우습게 보이려고 했어요.

30분됐는데 애가 또 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