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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더러운 성격때문에 남편을 아프게 했습니다.


BY 성격탓 2001-08-31

여기에서 반성좀 깊이 하고 싶습니다.
요새 제가 직장,직무관련학원에 다니느라 퇴근하고 집에가면 11시가 다됩니다.
그래도 아침먹을반찬,국,밥을 다해놓고 아침밥까지 먹고 챙겨먹이고 회사에 옵니다.
어제는 집에 좀 일찍 갔는데 청소를 몇주씩이나 안해서 방바닥에 먼지가 수북하더군요. 걸어다닐때 먼지가 밟히는 찝찝한 기분.
물도 다 마시고 끓여놓지도 않았더군요. 마실물없음 난감하잖아요.
옷장에서 옷꺼내입고 방바닥에다 다 흘려놓고 팬티도 아무데나 벗어놓고. 너무 화가 나더군요.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오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제 분에 못이겨 마구 소리를 질렀습니다. 결혼할때 받았던 장식장 위의 기러기한쌍을 방바닥에 패대기를 치면서 고함을 쳐댔습니다.

왜 청소도 안하고 대체 나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오빠는 뭘하는거냐고? 내가 이집식모냐고? 내가 이렇게 죽도록 고생하려고 오빠랑 결혼했냐고?

남편이 저더러 "집이 뭐가 더럽다고 그래? 그리고 니가 한게 뭐가 있는데?"

니가 한게 뭐있냔 소리에 더 돌아버리겠더군요.
제가 계속 발광(?)을 하자 가만히 듣고 약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남편 표정이 너무 안좋았어요. 밖에 나가면 우리남편 큰인물인데 집에서 부인한테 어린애처럼 야단이나 맞고...
멀찌감치서 남편 옆얼굴을 보는데 가슴이 다 찢어질것 같더군요.
엄마한테 호되게 야단맞고 너무 슬퍼하는 표정이랄까..
남편이 어린시절 잠깐 불행했던 적이 있어요. 자꾸 그게 떠오르는겁니다. 못견디겠더군요. 남편이 안쓰러워서...
내 아기같은 기분에 보호해야할것 같은..
얼른 밥을 차려서 남편을 달랬죠. 앞으로는 잘하고 살자고.

휴.. 너무 힘드네요.
파김치되서 집에가면 더럽고 쾌적치않고 남편한테 요령있게 야단치지도 못하고...
이런게 인생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