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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터진다. 우리 시누이..


BY 으휴.. 2001-09-01

어제 시누이가 전화해서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어려운 부탁 좀 해야겠다고..

기껏해야 일 이십만원 빌려달라는 것이겠거니..(그 전에도 자주

그랬으니까..) 하고 만났더니

250만원이 필요하댄다. 무슨 물건을 사야 하는데

카드로 8개월 할부를 끊을테니 내 카드를 빌려달랜다.

내 신분증과 위임장도 필요하댄다.

마감이 밤12시까지라서 자기 급하댄다.

무슨 일인지는 3개월후에 자기가 성공해서 얘기해주겠단다.


필이 따악 꽂혔다.


"아가씨, 피라미드하죠?"

그제서야 얘길한다.

절대 배신안할 친한친구가 소개시켜준거란다. (내가 미쳐..)

성공한사람들 통장사본도 다 보여줬댄다.

사업확장이 중국,홍콩까지 뻗어나갔댄다.

자기랑 서울 본사 사무실에 한번 가보면 모든 의심이 풀린다.

그리고 그 250만원하는 자기장침대는 보통 침대가 아니다.

자긴 성공할 수 있다.

1개월안에 250만원 회수하고도 남고 한달 pay가 300은 거뜬히

넘는다.



그리고 이 말도 잊지 않았다.


그 회사는 여느 피라미드 회사가 아닌 합법적 다단계회사다.


어찌나 시누이가 바보같던지.. 나랑 나이도 같은데

어째 저렇게 정신을 못차렸을까..

한시간을 붙들고 설득했다. 시누이라 차마 심한말은 못하고

주위 예까지 들어가면서 얘길했지만 듣지 않았다.

피라미드에 막 입문한 사람들이 다 그렇듯

아무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빨리 마감전까지 돈을 갖다

바쳐야 된다는 생각과 다른사람들은 이 비젼있는 사업을 모르는

우매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다.


밤 12시전까지 돈을 마감시켜야 된다고 발을 동동 구르고

한번만 믿어달라고 난리다. 월급도 너무 적어서 카드도 없는 터라

그쪽 회사에서 주위사람 카드를 빌려오라고 시킨거 같은데

(원래 그 사람들은 그런것까지 다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시누이만 아니면 정신차리라고 뺨이라도 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절대로 설득못시킨다.

정예요원이 몇명이서 몇날 몇일밤을 세뇌시킨 뒤라서

지가 당해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래서 그냥 현금으로 빌려줬다. 한번 당해보라고..

세상무서운지 알고 돈 무서운걸 한번 겪어보라고..

친구란 이름이 얼마나 부질없는것인지..

인생경험좀 해보라고..


돈을 건네주면서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게 아가씨한테 마지막으로 꿔주는 돈이라고..

돈 납부하기전에 마지막으로 생각해보라고..

그리고 절대로 친구 믿지 말라고..

아가씨 말대로라면 1개월안에 본전뽑으니까 1개월안에 갚으라고..


내말은 한귀로 듣는둥 하는 둥 하며 가는 아가씨를 보며

참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시아버님도 있는 재산 여동생,친구등 빚보증으로 다 날리고

정작 자기 식구들은 저런거에나 빠지게 궁핍하게 살게 만들더니..


사무실에 들어와 인터넷에 들어가 안티피라미드사이트에 가보니

가관이었다. 아가씨가 침이 마르게 자랑하던 smk는

우리 나라 최대의 불법 피라미드 판매조직이며

모든 언론매체에 한번씩은 다 오르내렸던 굴지의 사기꾼

조직이었다.


남편은 이번일 잘못되면 시누이랑 인연끊고 산다고 난리다.

정말 착하고 순진한 시누이였는데..

생각할수록 그 친구란 년이 괘씸해서 참을 수가 없다.

지금 바라는 것은 심한 마음고생과 배신감으로 대인공포증까지

걸리기 전에 빨리 정신차리고 그 집단을 빠져 나왔음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