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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돈을 요구하는 시어머니때문에........


BY 미쳐 2001-09-03

며칠전에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100만원정도밖에 안되는 월급도 며느리 수입이라고 탐을 내는 시어머니 뒷수발에 진저리가 나서 아예 그만두었습니다.
그동안 100만원씩 받아도 교통비 빼고, 밥값 빼고, 작으나마 화장품, 옷값 빼고 남는 돈은 거의 시어머니 밑에 들어갔습니다.
생활비, 병원비, 빚 갚는데 가져가셨거든요.

저는 막내며느리입니다.
위로 시숙 둘, 시누이 둘이 있죠.
그런데 우리 시어머니는 시숙네와는 담을 쌓고 살고, 시누들과도 사위와 사이가 좋지 않아 그냥 소식없이 삽니다.
결국 남은 사람이 저희들.
결혼 몇년간 시어머니때문에 '이혼하자'는 말을 수도 없이 했습니다.
법원앞까지 갔다가 돌아온 적도 있고, 가끔씩은 집안 살림을 부숴가면서 싸우기도 하고.
전 시어머니가 너무 싫습니다.
남편이랑 처음에 결혼하겠다고 했을 때, 며느리 자리가 맘에 안든다고
*8년이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아들을 중학교까지만 겨우 시켜서 공장에 내보낸 주제에 무슨 할말이 그리 많은지.
혼자서 고학해 검정고시 마치고 야간대학 나와 말단 공무원 생활을 하는 남편이 시어머니 눈에는 돈보따리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아주 노골적으로 제게 그러대요.
'니 주제에 어디 감히 올려다 보느냐?'
내 참, 기가 막혀서.
학벌이 좋아도 내가 좋고, 집안이 좋아도 내가 좋은데 무슨 '올려다 본다'는 표현을 하는지.
그래도 꾹 참았는데, 나중에는 아주 머리채를 잡고 발로 걷어차는 행패를 부리면서 아들이랑 헤어지라고 난리 부루스.
우리 친정에 가서도 살림을 부수고, 딸년 잘 키웠다며 바락바락 소리나 지르는 무식을 저질렀습니다.
정말 헤어지고 싶었는데, 당시 뱃속에 애가 있어서 결혼식은 올렸습니다.
그때부터 수난.
눈만 뜨면 전화해서 잔소리를 합니다.
'밥은 제때 하냐? 옷은 손으로 빠느냐? 보약은 좀 해먹이느냐?'
그러면서 돈이 얼마 필요하니 온라인으로 부쳐라.
정작 아들 생일때는 전화 한 통 없는 양반이 돈 얘기앞에는 잔소리가 30분.
하도 지겨워서 이제는 전화만 오면 제가 선수를 칩니다.
'얼마 필요하세요?'
잔소리 듣기 싫어 달라는 돈을 다 드렸더니 일년에 8백정도의 돈이 그쪽으로 넘어갑니다.
결혼할 때 반지 하나 없고, 월세방에서 시작하게 했으면서도 아들 가진 유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돈을 드리지 않으면 사이도 좋지 않은 시누들이 난리를 피웁니다.
전화대 대고서는 '돈도 제때 주지 않으려면 차라리 좀 죽어라. 돈 잘 버는 며느리 들여서 엄마 호강 좀 하게'
시아버지도 없이 사는 노인네가 무슨 돈 쓸일이 그리 많은지, 날마다 돈돈.

그런 일이 어제 또 터졌습니다.
제가 회사를 그만두었다니까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말하기를
'걔 퇴직금 받으면 텔레비젼이랑 냉장고 바꿔다오'
남편은 속도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답니다.
혼자 사신다고 저는 250리터 냉장고에다가 29인치 텔레비전을 생각했슨데, 시어머니 또 난립니다.
냉장고는 400리터, 텔레비전은 32인치 완전 평면을 사달라고 하네요.
참고로 시어머니 연세는 올해 75세.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하는 말이 입안에서 뱅뱅 돌았지만, 남편에게 차마 그런 말은 못하고 다른 말을 했습니다.
'친정 부모님께는 내의 한 벌 못사드렸는데, 너무 과한 요구다'
그 말이 떨어지자 마자 남편은 저네 엄마한테 전화를 쪼르르.
'엄마. 얘가 좀 싼 걸로 사래. 안 그러면 못해주겠대'
저도 아직 230리터 냉장고 씁니다.
결혼할 때 사온 것인데 냉장 기능이 좀 시원찮아서 그냥 씁니다.
돈이 아까워서.
세탁기도 내려앉고(월세집에 살때 연탄을 때는 부엌에 둔 죄로) 텔레비전도 버벅 거려도 당분간은 그냥 쓸 생각인데 시어머니는 그런 것은 생각지도 않습니다.
더 웃기는 것은 그 얘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남편이 그러네요.
'혼수로 해왔던 거니까 서비스 차원에서 너네 집에서 다시 해주면 되겠다'
미친 놈, 에미랑 같이 하늘로 보내 버릴 놈.
언제는 자기 엄마 무식하고 자식에게 해준것 없다고 하더니, 언제부터 효자되었다고 사사건건 엄마편을 드는 놈.
이제부터 170만원정도 되는 자기 수입으로 살아야 하는 우리 처지에 해줄건 다 해주고 싶은 모양인데 참 대책없이 사는 것 같아 화가 납니다.
앞으로도 자꾸 돈 달라고 할건데, 다 드리고 나면 우리 애는 어떻게 키우고 우리는 어떻게 살건지도 모르는 모양입니다.
답답한 남편에, 미운 시어미에, 도움 안되는 시숙과 시누.
도망이라도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