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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히 잠든 남편을 바라보며...


BY 토키^^ 2001-09-05

그냥 속상해서 몇자 적고 갑니다.
저 첫아이 배불러 세상 볼 날이 오늘 내일.. 하는 데 울 신랑 회사를 관둔다네요~ㅠ..ㅠ

웬만해선 집에 전화 않는 남편이 어젠 낮부터 전화를 했다. "별일 없어?"라고 묻는 남편의 목소리가 웬지 힘이 쭉 빠진 게 뭔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낼 모레가 우리 첫아기 출산 예정일이다. 어제 저녁 유난히 일찍 퇴근하는 남편의 안색도 웬지 이상...한 예감을 내게 남긴다. 오랜만에 일찍 들어온 남편과 둘이서 피자 한판 시켜 먹고, 내가 한번 슬쩍 떠 봤다. "나한테 할말 있지? 얼렁 해봐?"하며 슬슬 꼬드기며, 허허 웃더니, "어떻게 알았어?"하더니, 팀장에게 회사 관두겠다고 하고 퇴근한 거란다. 저 사람 나름대로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으면 그랬을꼬... 맘 한켠이 막 아프고 쓰라려 왔다. 한편으론 낼모레쯤이면 태어날 우리 아기는 어쩌라고.... 갑자기 아기가 짐스러워지는 이 기분.. 갑자기 세상이 깝깝해진다. 물론 내가 직장이 있으니, 남편에겐 겉으론 "너무 걱정하지마...아기 어머님한테 좀 맡기고, 내가 벌면 되니까..속 썩지 말고, 맘 크게 먹어."했지만, 화장실 가서 거울을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서러운 기분이 막 밀려온다. 요즘은 직장 구하기도 힘들다던데.....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과장자리지만 본인 딴에는 작은 회사 작은 월급이라도 덜 살벌하고 인간다운 데서 일해보고 싶단다. 지금처럼 일요일도 없고, 맨날 10-11시 퇴근하고, 살벌한 분위기에서는 못살 것 같단다. 그 맘 이해 못하진 않지만...그래도 이 막막한 기분은 어찌할꼬..... 우리 시부모님 가난한 집 외아들 명문대 졸업시켜 대기업 다닌다고 개천에서 용난 거 마냥 그 아들 하나 바라보고, 그 아들 자랑하는 맛에 사시는 양반들인데, 그 어른들은 또 어찌 할꼬.....
오늘 밤은 아무래도 잠들기 힘들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