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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자!!


BY 사루비아 2001-09-05

거울속의 어떤 여자
눈밑엔 몇줄의 실주름과 표정없이 메마른 칙칙한 얼굴
난산끝에 얻은 명예로운 제왕절개자국 두개 처진 배밑에 감추고
매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아이챙기고,사무실로 허겁지겁,
정신없이 일하다 퇴근시간만 되면 어린이집 아이찾는 일로 안절부절, 눈치보며 부시시 나서는 등뒤로 꽂히는 많은 눈화살들에 아파하며.. 허겁지겁 어린이집으로,집으로, 밤늦도록 끝없는 이런저런 일로
한숨 쉬어가며 분주하다가 겨우 허리펴고 잠이든다. 다시 반복...
스물다섯살에 한 남자 만나서 어느 날 그 남자 일격에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는데 결정해버린 결혼, 결혼하면 집은 어떻게 해놓고 매일매일
행복하게 남편이랑 즐겁게 살아야지 꿈꾸면서.....
덜컥덜컥 아이낳고, 그 아이 키우느라, 살림하느라, 남편월급으로는
살 수 없어 그만두지 못한 직장으로 느덜느덜 해진 몸과 마음...
정작 마음놓고 내 것 하나 사는 것도 없는데 돈은 맨날 쪼들리고
시댁이며 친정이며 챙길 것은 끝이 없고, 아직 변변한 내집하나
변변하게 입고 나갈 옷하나 없고, 세상에서 나를 가장 이해해주고,
아껴줄 것 같던 남편은 개 닭 쳐다보듯 무관심, 짜증만 안내면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며, 어쩌다 오래 대화라도 할라치면 결국
가시돋힌 몇마디 오가고 모나는 목소리에 서로 질려 그만둔다.
그래도 싸움이라도 할때가 낫지, 둘사이 말도 드문드문,
안는 것도 드문드문.. 세상의 전부같았던 그남편을 마음속에서 이제는 어떻게 불러야 할지.. ' 저 인간', '저 남자', 아름다운 우리말
그 많고 많은 듣기좋고 다정한 호칭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어느날 잠든 남편이 정말 낯설어 보일때가 한번 두번 늘어나고,
세상에 나가 이리저리 치이느라 지친 그 남편, 가엾은 건 마찬가지...'그래 너도 참 안됐다.'
그 여자 쓸쓸하게 혼자 웃는다.
위로받고 싶어 친구에게 오랜만에 전화했을때 '그래도 넌 직장다니며
자기개발은 하잖아' 웬 자기개발?
아직 결혼 안한 친구 길에서 우연히 만났을때 직선적인 그 친구
헤어지며 하는 말 " 너 얼굴이 그게 뭐냐, 좀 가꾸어라..."
자신에게 직무유기하고 있는 걸 문득 깨달으며 씁쓸한 여자.
그 여자.... 어느 날 자신에게 묻는다.
너 왜 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