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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때문에 넘넘 힘들어요...


BY 슬픈녀 2001-09-09

망설이다 글을 올립니다.
저는 결혼한지 6개월된 새댁입니다.
저의 신랑은 직업군인이라 지방에 살고 있습니다.
친정과 시댁은 서울이구요.
제목에서 보다시피 시댁이 믿음이 강하신 분들이라서 힘이듭니다.
신랑이 직업군인이다 보니 훈련도 많아 한달동안 떨어져 있을 때도 많답니다.
그렇다고 떨어져 있는 동안 친정에 가지도 못합니다.
왜냐구요. 봄에 한달동안 서울근교에서 신랑 훈련이 있어서(남편이 시댁에서 출퇴근 했음)시댁에 있었는데 아버님은 새벽 4시에 일어나 교회 가시고 어머님은 교회에서 사시는 분이라 저에게도 같이 가길 원하십니다.그래서 어머님 성가대에도 같이 가고 친정이 시댁에서 30분 걸리는 거리인데도 3주동안 3일 있었습니다.
결혼전인데도 송구영신 예배 명절때 가족예배 등 저희 친정에서는 결혼전인데 왜 그렇게 종교로 힘들게 하시느냐고 그러시고...
상견례 하는데도 기도를 얼마나 오래 하시던지...
묵묵히 따라 주시는 부모님께 얼마나 죄송하던지...

사실 저희 집은 무교라 처음엔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새로 들어오는 며느리 전도 하고 싶으셔서 결혼전부터 결혼할까 망설였거든요.
그래서 시부모님께 편지를 썼어요.
결혼전이라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종교 문제를 솔직히 말씀 드렸죠..믿지 않았지만 새사람으로 들어와서 종교를 갖고 했는데 두분의 강한 믿음이 부담스럽고 믿고 싶은 마음이 더 멀어지는 것 같다고 지켜봐 주시면 노력하겠다고....
사실 종교라는 걸 나쁘게 생각지는 않았거든요.
절제하는 삶 더구나 저희 시부모님은 보기에도 얼굴이 편안해 보이시고 지금 현재에 만족하고 사시고 늘 작은것에도 감사하고 사시는 모습에 좋았거든요.
편지를 읽으시고 어떠셨을까 했는데 다행이도 그랬구나 하시더라구요.
결혼후 지방에 와서 성경책도 읽고 나름대로 신앙 생활에 노력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가 결혼한지 6개월도 되구 결혼전에 전문직이어서 나름대로 일이란걸 소중하게 생각했는데 지방으로 와야하니 그만두고 나니 친구하나 친척하나 없는 이곳에서 견디기엔 힘들었습니다.
더구나 지방이라 일자리도 없었구요.
취업에서 몇번 떨어지고(기혼/군인아내/나이) 집에서 훈련나간 남편을 기다린다는 것은 넘넘 힘들었습니다.
친정 엄마한텐 걱정할까봐 얘기도 못하구요..
어느날 군인 아내들이 겪는 우울증 비슷한게 온 것 같더라구요.
심각한 건 아니었지만 작은 일에도 슬프고 그냥 누군가 그립구...
그래서 군인 월급 뻔하지만 수영도 다니고 문화센터도 다니고 책도 많이 읽고 나름대로 견디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버님이 전화 하셔서)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그래서 솔직히 혼자 있으니 외롭고 견디기 힘들다고 했더니 하나님을 가까이 하지 않아서 그렇다며 거의 1시간 동안을 설교를 하셨지요.. 저는 눈물이 나고 그동안 외롭고 힘들었을 저의 맘을 헤아려 주시길 바라고 말씀 드린건데 계속 열심히 믿지 않기 때문에 외롭고 힘든거라고 교회에 매일 나가면 괜찮을 거라고...
그땐 아버님 말씀이 듣기 싫어서 전화를 그냥 끊어 버리고 싶었지만 참고 머릿속으론 제발 이시간이 끝나기를 ....
그러면서 제 머리론 하나님만 믿으면 모든게 다 된다는 건가 하면서 반항심이 생기더라구요.. 교회에 대한 거부감만 커지고....
이러저런 얘길 하다가 앞으로(저희 신랑이 1년후에 제대하거든요)걱정이라구 (결혼도 저희 둘이서 10원하나 부모님 도움없이 해서
부모님이 해줄 형편이 않되서) 걱정이라고 했더니 젊은데 뭐가 걱정이냐고 사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각오가 있었지만 그런거 보다도 저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거든요,
계속되는 믿음을 원하시는 아버님에게 믿는 며느리 얻으셨으면 아버님도 좋으셨을텐데.. 그랬더니 아무말씀 안 하시더라구요.
며칠째 전화 하셔서 교회 가라고 하시니...
신랑에게 얘길 했더니 부모님께 아내가 부담스러워 한다고 했다는데
워낙 부모님들이 완강하셔서...
제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믿는 분들은 교회에 나가라고 하는게 당연하겠지만 저도 노력하고 있는 중인데 넘넘 힘듭니다.
전화 받기도 두렵구요.
매일 혼자 있는 이 결혼생활이 싫습니다.
더구나 전 엄마가 넘넘 보고싶습니다.
신랑 훈련갔을때 엄마가 오셨는데 낯선 곳에 혼자지내는 딸이 안스러웠는지 밤새 우시더라구요.
바보같은 울 신랑은 시댁몰래 친정에 며칠 다녀오라고 하지만 전 그렇게는 못하겠거든요.
늘 시댁에 잘하라는 아빠와 결혼했는데 어떡하겠냐는 엄마.
참 저희 부모님들은 마음도 넓으심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픕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두서없이 긴글을 썼습니다.
선배님들의 조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