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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못한건가요?


BY 한영 2001-09-11

조그만 가게를 하나 하고 있습니다.

신랑이야 직장을 나가니까 거의 신경을 못써주는거고
한번씩 바쁠 때는 정신이 없습니다.

그럴 때 마다 시동생이 도와줬어요

가까운데 살고 있고 대학생이다 보니
다른데 가서 아르바이트 하느니
가게 도와 달라고 신랑이 부탁을 했죠.

저도 고마워서
아르바이트 써서 남한테 돈주느니
가족에게 이렇게 주는 돈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고
일한번 도와주면 그때마다 용돈을 주곤 했습니다

나름대로 시동생이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시간 되면 갈비니 회니 늘 사다 먹이고
바지며 티며 신랑 옷보다 더 많이 사다 입혔습니다.

지난 여름 시동생이 방학을 하면서 부터
한달이 넘도록 가게 일을 도와주었습니다

한달을 같이 지내다 보니
조금씩 틈이 생기더군요

나중에는 사소한 말한마디에 맘상해하고
속상해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다 며칠전 제가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물건을 들여오면 항상 시동생은 가게 길앞에 놓아둡니다
첨엔 제가 좋게 얘기했죠
여기 놔두면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데 방해되니까
가게 벽 쪽에 붙여 두라고
그말을 두번 세번......
나중에는 제가 그랬죠
그거 길가던 사람이 발로 차버리면 어떻할거냐고
길에 놓지말라고..
그렇게 까지 얘기했는데 대답만 네..하고는 또 길에 놓더라구요..

거기까지도 내가 하고 말지 라고 생각했는데
새로 아르바이트생을 하나 구했습니다

그런데 시동생이 그 아르바이트 생에게 물건을 길에 놓으라고 가르치고 있는겁니다

어의가 없더군요
제말을 무시하는것도 아니고...
제 앞에서 보란듯이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지

그날 저녁 신랑에게 좀 화풀이를 했죠...

신랑은 별것도 아닌걸로 화낸다고 그러더군요..
그래놓고는 시동생에게 그러지말라고 얘길했던 모양입니다.

그날 저녁에 난리가 났습니다.

시동생말이..
지난 여름 내도록 자기가 고생하면서 일도와준 건 생각안하고
고작 물건 거기 놔둔거 가지고 그렇게 화낸다고
형수가 가게에서 하는일이 뭐있다고
자기가 다 알아서 하는데
모르면서 나선다고 그랬다나요..

그러면서 신랑이 저더러 잘못했다 하더군요
고마운줄도 모른다고 자기가 동생한테 부끄럽다나요..

저도 그랬죠
그럼 지금까지 내가 시동생 챙겨주고 신경써준건 생각안하고
그거 뭐라 한마디했다고 형한테 그난리를 치냐고

지가 가게를 알면 얼마나 안다고
가게 물건들어오는 거 옮기는일이 가게일 다인줄 아냐고
고작 한달 일하고 3년이 넘도록 그일만 한사람더러 하는일이 뭐있냐는 소리 하냐고

그날 신랑이랑 저랑 밤새 싸웠습니다..
남도 아니고 자기 동생이다 보니 대화가 안되더군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저요
그 다음날 시동생 만나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동안 너무너무 수고했다고 고기 먹이면서 책사라고 용돈줬습니다
그리고 이번 겨울 방학에 어학연수가면 도와 줄테니까
공부 열심히 하라고까지 했습니다..

지금..
아직까지 신랑한테 화가 풀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람맘을 몰라주는데 정말 화납니다
내편 들어 준다고 제가 시동생을 내팽게치기라도 합니까?
내 앞에 한마디만 내편 들어주면 저 이렇게 까지 서럽지 않을텐데...

어제 밤에도 저더러 잘못했다 하더군요...

제가 잘못한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