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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있어요.


BY blackeye1 2001-09-13

너무도 이기적이고 바보같은 제자신을 이야기하려고합니다.
애절하진 않았지만 잔정이 많은 남편을 만나서 그래 살다보면 정이
생기겠지.그는 결혼을 통해서 편안한 안식처를 찾았고 나는 도피처를
찾은거죠. 결혼은 해도후회 안해도 후회라는데 어차피 후회될일
하지말자고 독신을 주장하다가 결혼을 했는데 너무 후회가 되는군요.
자꾸만 모든것을 포기하고싶어지는군요.
막내 도련님이 제대후 저희 집에서 살게됐어요. 너무도 효자인 그는
싫다고 말도못하고 당연한걸로 여기더군요.
8월초에 올라와서 더운데 옷도 편히 못입고 잘 씻지않는 도련님에
겨드랑이 냄새때문에 손님이 오면 무척 신경이 쓰이더군요.
그래 수술을 권했더니 기분나빠하네요.
왜 여자들은 냄새에 민감하잖아요. 도련님은 땀도 많이 흘리고 냄새도 심해서 하얀 면티 겨드랑이 부분이 항상 누런해서 푹푹 삶아야
지워질 정도거든요.
그래도 아직 어리고 형수인 저에게도 요즘 애들답지않게 잘한답니다.
문제는 남편인데 원래 말수도 적고 애정 표현도 싫어하는 그는 도련
님이 온후 더욱 귀가시간이 늦어지네요.
남편과는 대조적인 성격인 저는 그 누구보다도 내가 나를 알기에
출산후 우울증을 겪고 난 후로는 그래 나를 누루고 최대한 노력해
보는데까지 해보자고 마음먹고 이런저런 궁리 끝에 18개월부터
오전반만 놀이방에 보내고 오전 시간을 저를위해서 투자를 한답니다.
우리 애기가 좀 애민해서 18개월때까지 무척 힘이 들었어요.
친정도 멀고 누구하나 아는 사람없어서 집에만 있었답니다.
우리 아파트는 오래돼서인지 독거노인들이 많고 젊은 사람은 있어도
다들 일이있어서 사람이 그립기만하답니다.
남편을 존경하고싶은데 자꾸만 무시하게돼네요.
자영업을 하다보니 늦게 출근하고 원래 행동이 굼뜬데다 집이란
그저 자기가 피곤해서 쉬는 정도로만 생각되나봐요.
아이도 아빠보다는 도련님하고 더 놀려고 한답니다.
난 내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고 아이 데리고 가족끼리 외출도
하고 서로 속 마음도 털어놓고 그러고 싶은데 그는 일요일도 자기
취미로 즐기는 조기축구에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고
여자가 밖에 나가는 그 자체를 싫어해요.
나도 결혼전에 직장 생활해봐서 남자들에 세계는 어느 정도 알고
늦은 나이에 결혼했기에 그에 늦은 귀가에 그리 문제 삼지는 않아요.
두번 셔츠에 화장품 묻혀 왔길래 웃으면서 좀 깔끔하게 놀아라고
말한게 다이고 개인적인 발전을 위해서 퇴근후 야간 대학이라도
다니길 권해보는데 그는 신문도 읽기 싫어하고 아주 기초적인
한문이나 영어로된 명함도 집으로 가져와서 저한테 알려달라고해요.
왜 드라마에서 남편들이 아내에게 얘기가 안 통한다고 말하쟎아요.
제가 그 심정을 알것같아요.
신혼 여행을 태국으로 갔는데 그곳에서 몸살과 편도로 죽는 줄
알았어요. 설상가상으로 가이드도 우리나라 유학생이었는데 우리가
처음이었고 호텔 체크인도 못해서 아픈 내가했는데 약을 사다달라고
하니 당황하더군요. 내가 직접나서서 약을 사먹고 조금 ?I챦아져서
나머지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급기야는
심한 오한과 구토로 기절해서 그 여름나라에서 내 신혼여행가방에든
무스탕과 목도리로 몸을 감싸고있으니까 국제선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외국인들이 다 떨어져 앉더군요.
더운 나라에 여행왔다가 전염병이라도 걸렸나하는 눈빛으로 ,,
그래 일어날 기운도 없어서 남편에게 지나가는 스튜어디스에게
내가 아프다고 말하려며 한글로 토를 달아서 주기까지했는데도
남편은 창피하다고 머뭇거리더군요.
그때마음을 먹었어요. 내가 평강공주가 되어서 남편을 기본은
알게해줘야겠다고. 천자문도 화장실벽에 붙이고 휴대용 옥편도
사주고 뭘 물으면 자존심 상하지않게 답변하고 야간 대학에
다니길 권해보고 했는데 그건 나혼자만 노력일뿐 그는 신문조차도
읽기싫어해요.
이렇게 건조하게 사느니 이혼하는게 났다싶어서 제 뜻을 밝혔어요.
위자료는 원하지않으니 아이는 내가 키울테니까 추한 모습보이지
말라고.. 좀 생각하게 시간을 달라더군요.
우리 지금 들어와도 말 안해요.
연애 기간이 짧아서 서로 모르기도 했겠지만 저는 노력했어요.
이야기해보려고 분위기도 만들어봤고 .
이젠 숨이 막히고 지쳤어요. 지금에 난 완전히 마음이 닫혀버렸고
아이와 나만 생각하게되네요.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편견이 있어서 이혼을 결정하려면 당당히
세상과 맞설 각오를 하고 가슴에 이혼녀란 주홍글씨를 달아야겠죠.
아는 언니가 그러대요.다들 그렇게 사는거고 결혼 생활에서 나란
없는거라고. 저 그렇게 살고 싶지않아요.
서로 존중해가면서 살고싶어요. 일방적으로 모든걸 결정하는
사람이라 대출을 신청할때도 말 안하고 생활비만 받을 뿐 그가
한달에 얼마를 버는지조차 몰라요.
친정 언니에게 말하려다가 걱정할까봐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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