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25

왜 그랬을까?...


BY 도데체... 2001-09-18

결혼한지 1년 6개월이 조금 안 되었다.
결혼한지 8개월만에 시엄니가 병원에 입원했다.
다리에 인조 연골을 넣는 수술을 받은 시엄니, 밤에도 낮에도 대 소변 받았다.
회복이 빨라서 한달만에 퇴원했다.
병원비 200만원과 일 못하는 동안의 생활비 100원 총 300만원을 대출을 내셨단다.
몇달만 이자 내 주면 다음에 갚아 주겠다 했다.
100만원 정도는 우리가 해 드리겠다고 했다.
시댁은 "홀어머니에 외아들"이다.
결혼 안한 손위 시누가 인천에 산다.
결혼전, 남편과 시엄니가 같이 벌었는데도 시엄니는 저축이 말 그대로 십원 한장 없었다.
빚만 있었다.
그거 내가 갚고 살았다.
아직도 갚고 있다.
그래도 자식된 도리로 100만원 해 드리기로 한 것이다.
처음 두 달인가 너무 어려워서 이자만 넣었다.
이자만 넣어주면 갚아 주겠다고까지 말했으면서, 제사 지내러 갔더니 이자만 넣었대? 하고 묻는다, 시엄니가.
뭐라고 대꾸할 말도 없고, 그냥 네...하고 말았다.
죄송하다고 말도 못했고, 뭣보다 하기 싫었다.
처음 결혼해서 남편 월급이 90만원 이었다.
격월로 한 번은 89만원이었다.
원래 89만 5천원인걸 두달에 만원으로 붙어 나오는 것이라 했다.
그 돈으로 살림 살고, 빚을 400만원을 갚았다.
내가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나도 놀랐다.
올해들어 월급이 한번 올랐다.
6만원.
남편한테 매달려서, 수고하셨다고, 고맙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남편이 무척 훌륭해서 회사에서 남편만 월급올려 준 것처럼 자랑스러웠다.
그래도 더 애껴서 열심히 살려고 생각했다.
아이도 늦게 갖기로 했다.
겨울밤에 창문 다 닫고, 커텐치고 누워 있어도 코 끝으로 바람이 지나가고, 한낮에 방안에 앉아있어도 손이 시리고 입김이 나는 집에서 지난번 그 추운 겨울을 지냈다.
그래도 착한 남편하고 사니까 열심히 살고 싶었다.
봄이 되서 임신이 되 버렸다.
남편이 배신했다.
아무리 없이 살아도, 아이는 지울 수 없고, 그렇다고 천원 한장도 빠듯한 형편에 병원갈 돈도 아까와 일주일을 울었다.
엄마가 결혼하고, 용돈이라고 야금야금 주신 돈이 100만원가까이 되었지만, 통장에 모은 건 얼마 되지도 않았다.
임신까지 해서는 여름에 부랴부랴 친정에서 돈 빌려 이사했다.
시엄니도 그 사실을 다 알고 있다.
그래서 남편한테 말해 시엄니 은행빚 이자 더 이상 못 넣겠다 얘기 드리자 했다.
어렵게 시엄니한테 말했다.
시엄니 서운해 했다.
그동안 우리가 넣은 이자와 원금만 100만원 가까이된다.
그런데 계속 넣어 달랜다.
어쩔수 없이 남편이 시누이한테 도움을 청했다.
시누이가 매달 조금씩 보태주기로 했다.
그런데 시엄니한테는 비밀로 하기로 했단다.
시엄니가 서운할꺼란다.
우리도 빚이 엄청 있는데, 시엄니 빚까지 우리가 다 갚을 수 있을꺼라고 시엄니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시엄니가 내가 돈 불리는데 남다른 재주가 있다고 믿는게 싫다.
난 그런 재주 없다.
그래도 시엄니 마음 편하게 해주기 위해 말하지 말자고 남편은 말한다.
내가 왜 시엄니 마음 편하게 해 줘야 하는데.
서운해도 아실껀 아셔야지.
내가 당신 아들 능력없다 얘기하자는 것도 아니고, 당신 아들도 사정이 어렵다 얘기하자는 건데.
남편은 자신은 어려서 항상 시엄니가 자신위해 희생하고 사셔서 그걸 다 갚아 드려야 한다고 배우고 자랐더랜다.
그럴려면 시엄니는 그거 다 받고 살지, 남편은 그거 다 갚고 살지 나하고 결혼은 왜 했나?
나한테 자기 엄마한테 키워준 은공 같이 갚아 가자고 결혼했나?
내가 무슨 죄로 정작 울 엄마한테도 못 갚는 키워준 은혜를, 울 엄마한테서 돈 빌려 와 가며 남편 엄마한테 키워준 은혜 갚으며 살아야 하냐고?
생각할 수록 속상하다.
사실 시엄니 빚이나 이자, 금액으로 치면 얼마 안 된다.
그래도 우리 빚도 많아서 그거 갚기도 힘든다.
그런데도 내년에 당신 환갑때 잔치 안 해줘도 되니까 현금으로 50만원 해 달랜다.
그 돈으로 빚 갚을 생각하고 있으면 그래도 기꺼이 해드리고 싶겠다.
그 돈으로 친구들 하고 놀꺼란다.
빚은 아들내외가 갚아 줄것이니 걱정 없겠지.
지금도 일하지만 시엄니 돈 못 모은다.
가끔 카드로 현금 서비스 받고 단돈 5만원도 못 갚아 카드 돌리기 하고 있다.
도데체 왜 결혼 시켰는지 모르겠다. 시엄니가 남편을.
그냥 끼고 살면 남편 월급까지 계속 다 쓸 수 있었을텐데.
나한테 주면서 아까왔을텐데.
속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