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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뭐 대단한 벼슬인줄 아는감..


BY 그리운불빛 2001-09-24

남편이란 작자 코골며 가끔 잠꼬대까지 해가며 정신없이 자고 있다네.
물론 술에 쩔어서..
그래두 오늘은 일찍 들어왔네.매일 두시가 기본인데..
매일밤 술에다 가요방에다 (시간당 2만원짜리 여자 불러서 논다네) 자기 기분껏 놀고서는 아침에는(아침이 아니구나!) 열두시나 한시쯤 되어서나 일어난다네.
회사 다녔음 벌써 짤렸을텐데 다행이도 자영업자라네.
나.. 집에서 그냥 놀고만 있는 여자라면 이런 남편 가만히 놔둔다네.
근데.. 나 남편일 같이 거든다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 학교 보내면서 가게 문 연다네. 오전 내내 가게 지키고 있다가 남편 일어나면 그제서야 방청소에다 세탁기 돌리구 설겆이 하구.. 그러구 나면 울남편 밀린 배달 나가구, 그러면 나 또 가게 지키고.. 아이 돌아오면 짬짬이 간식에다 숙제 챙겨야 하구..잠시 들어온 남편 말끔하게 씻고 옷 갈아입고 룰루랄라 거래처 핑계대며 또 나간다네.그러구선 똑같은 인간들이랑 어울려서 또 술마시고.. 매일 그 장단이라네.
가게 특성상 나 거의 밤열두시까지 가게 지킨다네.그리구선 문닫고 들어와 또 밀린 설겆이에다 아이들 어지럽힌 뒷정리하고 씻고 누우면 거의 1시.
그것까진 팔자려니 여길수 있다네.
근데 이남자.. 나 외출하는거 끔찍이도 싫어한다네.
물론 나갈 시간도 별로 없지만,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바람쐬러 나가면 엄청 열받아한다네.외출하고 돌아올적마다 욕 엄청 먹는다네.
그리 욕먹고서두 왜 나가냐 하겠지만, 그런것두 없으면 나 벌써 미쳤을지도 모르지.나두 한성질 하지만 조용하고 싶어서 참고 또 참는다네.말대꾸라도 할라치면 그런다네.남자하고 여자하구 같냐구..
자기는 나가 돌아다니는게 처자식을 위해서 뼈빠지게 노력하는거구. 나 나가는건 여자가 허파에 바람이 들어 할일없이 싸돌아 다니는거라네.기가 딱 막히구 상식이 안 통하는 남자! 이런 남자 또 있을라나..
더더욱 가관인건, 몇달전에 나 남편에게 행선지 이야기 안하고 나갔다 왔다 완전히 작살 났다네.원래 친구도 몇명 없는데 그 친구들하고 인간관계를 다 끊어 났다네. 친구들한테 전화해서 앞으로 쓸데없이 전화해서 불러내지 말라구.. 아주 협박을 했더라네.나 몰랐다가 한참후에 알았다네.세상 살기 싫더라네.
못나가게 할거면 사람 찾아오는건 막지나 말아야지.
동네 아줌마 두어명 차 마시러 오면, 말은 안하지만 엄청 싫은 내색이라네.남편은 열심히 돈 버는데 집구석에서 놀면서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수다 떠는 팔자 편한 여편네라고 생각해서인지.. 아님, 마누라 한테 바람이나 불어넣을까 걱정인지 내내 못마땅한 시선.. 동네 아줌마들도 눈치가 빤해 요즘은 자주 오지도 않는다네.
나 이렇게 산다네.
그래두 여자니깐 당연하다네.
다른 여자들 다 아이 두명씩 키우면서 잘 사는데 나만 별스럽게 힘들어한다고 나더러 무능력하다네..
이러구두 사는 내가 한심하구두 한심하지만, 내눈 내 찌른거 어쩌겠나. 쓰러지기 전까진 살 밖엔..
늘 그런 일상이지만, 나 오늘은 잠이 안와서 이렇게 푸념이라도 한다네. 오늘은 욕먹을 각오하고 외출해야겠네. 갈덴 없지만 그냥 맛있는것두 사먹구 책도 한권 사구 꽃집에 들러 장미꽃도 사야겠네.대단한 남자랑 사느라 힘든 내가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며 위로해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