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411

이제 쟁취했습니다


BY 못된며느리 2001-09-27

저는 참 못된 며느리입니다.
한 집안의 종부로 들어온 죄인주제에 9년간의 시어머니 구박에 반기들고
집에서 나와버렸습니다.
나올때 시부모님/남편/아이 앉혀놓고 이곳에서 못살겠다고 선언하고서
잘계시라 큰절하고 그길로 나왔습니다.
시누이내외와 시동생내외까지 한집에서 복작대고 사촌끼리 잘노는거
어른들이 경쟁시켜 비교하고 밑도끝도없는 이유들이대며 무조건 구박
하는 시어머니와, 마누라한테 꽉잡혀 집안꼴 돌아가는거 개판인데도
그저 침묵만하고 사는 답답한 시아버지가 미웠습니다.
네, 그것보다도 남편이 제일 미웠습니다.
사랑한다고 행복하게 해주겠다며 데리고가선 허구헌날 좀더못한다고
며느리가 노예나 되는것처럼 당연히 책임과 권리만을 강요하는 남편이
제일 미웠습니다.
내아들 하나있는거 사랑쏟아주는 것도 눈치보이는 이런집에 더이상
미련없었습니다.
울엄마아빠 이혼하셨기에 나도 그꼴되기싫어 이악물고 참았었지만
미쳐버리기전에 일저질렀습니다.
시집식구는 위대하고 처가식구는 죄인입니까?
저하나믿고 그집에 들어가 대이어주고 노력봉사하는데 무슨 똥배짱으로
처갓집을 얕봅니까? 마누라한테 왜 소리지릅니까?
나오기 며칠전 맞을뻔하기도 했었습니다.
세간살이 부서진건 한두번도 아니었지요.
그러면서 맏며느리에 대한 대접은 커녕 책임지워놓고 유산은 공평하게
배분하겠다며 큰소리치는 집안입니다.
그거닮아서 남편은 저에게 월급명세서 한번 보여준적 없습니다.
돈쓸일 있으면 치사하게 출근하는 사람잡고 설명하고 받아내야합니다.
막말해서 죄송합니다만, 한마디로 저는 병신이었습니다


나와서 일년동안 친정동생이랑 같이 살면서 일도하고 놀기도 했습니다.
인생을 즐길려구요
사랑하는 아이도 못보고사는데 미쳤다고 뼈빠지게 일만합니까.
저에게 아이를 줄리는 절대 만무해서 처음부터 포기했었습니다.
친구들도 사귀고 여행도 가고 공연도 보러다녔습니다.
돈한푼 안가지고 나왔으니 그 모든거 제가 벌어했습니다.
일년쯤 그랬습니다. 물론 신나기만 한건 절대 아니지요.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아들또래의 아이들은 애써 외면했습니다.
숫한밤을 동생몰래 이불속에서 울기도했습니다.
일년이 조금지나고 남편이 큰맘먹었습니다.
없는돈 긁어내고 대출조금받아 아파트하나 전세냈습니다.
이정도면 그전엔 얼마나 궁상떨고 살았는지 아시겠죠?
어쨋든 다시 합치기전에 단단히 다짐받았습니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경제권 나한테 넘기고, 내가 무얼하든 나쁜짓만
아니면 잔소리하지말고, 시댁에 발걸음안하고 그쪽에서도 나한테
전화조차도 하지말라구요.
심하다고 하는분도 있겠죠. 네. 조금은 심한거 압니다.
하지만 내인생을 통째로 걸고하는 도박인데 손덜덜 ?錫?嗤?꾹참고
좀 크게 배팅했습니다.
답답한건 남편이니 무조건 하겠다더군요.


곧 추석이군요.
기억을 떠올리기만해도 편두통이 생기는 명절입니다.
직장나간 동서일손은 처음부터 포기하고 나혼자서 부침개를 50장이상
구워대던 명절이랑 제사였더랬습니다.
그마저도 끝나고나면 뭐뭐가 잘못됐느니 어떻느니 욕만 먹었었습니다.
이제 저는....시댁에 발걸음 안합니다.
일이있어 식구들이 모인다해도 남편이랑 아들만 보내고 전 안갑니다.
물론 욕하겠죠. 기꺼이 달갑게 먹으렵니다.
괜히 마주치고 부딪혀서 정낸다구요? 어림도 없습니다.
내 인생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20대 중반부터 지나간 10년 세월까지
매일을 눈물흘리며 지내게했던 사람들입니다.
날 아껴주는 남편과 목숨바쳐도 아깝지않은 아들과 알콩달콩 지내도
화살같이 빠른 인생의 시간이 아까운데, 그 숱한 날들을 썩여버리고
그중에 1년을 피토하며 살게한 사람들입니다.
추석날 아침이면 남편과 아이에게 곱게 다림질한 한복입혀 시댁으로
보내고, 난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추석특집프로그램보며 신나면
게임도 하며 내 사랑하는 식구들을 기다릴겁니다.
남편도 사람인지라 아내없이 차례지내는거 맘편하진 않을겁니다.
하지만 부담되더라도 돈듬뿍 안겨드리고 욕한번 먹고나서 돌아서면
내눈에 눈물 안흐르고 집안에 큰소리는 안납니다.


저 이제 이렇게 삽니다.
나쁜년 못된년 독한년 무슨소리 들어도 저 그냥 씨익 웃습니다.
삶의 주인공은 나니까요.
그런소리 침튀기며하는 백명아니라 수천만명의 그누구도 나대신
인생안살아줍니다.
진심으로 나에게 돌던질 사람이 있다면 깨끗이 인정하고 지금의 내자리
고이 내어줄겁니다.


늦은 밤에 주절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