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989

괜찮아...괜찮아....


BY haeun 2001-09-29

우리 딸은 이제 막 두돌이 지났어요.
아들넘은 이제 4개월로 접어들고 있지요.
착한 우리 딸 얼마나 의젓한 누나가 되어주는지요. 정말 기특하고 이쁜 딸이지요.

그런 딸이 많이 아팠어요.
장염으로 일주일 내내 먹는 족족 토하고 설사하고...
너무 힘드니까 울면서 토하고 설사해대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것도 새이불을 깔아주면 그자리에서 화장실까지 갈 힘도 없이 토해대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넘은 안아달라고 울고, 아픈 딸은 아프다고 울고, 애비란 사람은 일주일넘게 야근을 한다고 난리....
저혼자 애들 둘을 큰 딸은 업고 아들은 안고 하면서 일주일을 보냈어요.
부드럽게 뭐라도 먹을걸 해 먹여야 하고, 빨래는 빨래대로 산더미, 집안 청소에...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허리도 너무 아프구..

그렇게 일주일이 넘으니 제가 쓰러지겠더군요.
일어나자 마자 딸은 배아프다구 업어달라구 울구.. 업어주면 따뜻하게 눌러지니 덜아픈가봐요.
아들은 자기 안아달라구 울구.
그래서 저 참다참다 아이들 끌어안고 마구 울었어요.
엉엉.. 소리내서.
친정이고 시댁이고 친구도 아무도 없는 곳에 신랑 따라 혼자 달랑 와서 도움 받지도 못하고, 파출부를 불렀더니 너무 외지다고 안오구.
정말 힘들어서 막 울었지요.

한참을 울고 있는데...
자그마하고 따뜻한 손이 등을 쓸어주면서..
엄마... 괜찮아....괜찮아....
그러는거예요.
우리 딸이 같이 울다가 엄마가 너무 울고 있으니까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콧물이랑 침은 범벅이 된 얼굴로 저를 위로하고 있었어요.
엄마...괜찮아...괜찮아....

저 눈이 확 떠지더군요.
우리 애들은 내가 지켜야지. 신랑은 없는셈 치자.
작은 넘 들쳐업고 큰 딸을 씻긴 다음에 산책을 나갔지요.
아픈 동안 밖에 못나갔던 딸아이. 너무 좋아하더군요.

그리고 집에 와서는 신나게 같이 청소하고, 빨래 널기 놀이도 하구. 비행기 놀이하면서 죽도 먹였습니다.

우리 딸이 그렇게 힘이 되어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지금도 우리 딸 아파요.
너무 몸이 약해져서 장염이 채 낫기도 전에 감기로 또 고생하네요.
그래도 저 이제 힘든줄 모르겠어요.
우리 딸이 등을 쓸어주던 그 보드라운 손길과 눈물이 맺혀서 나를 걱정스레 보던 그 눈망울과 괜찮다고 읊조리던 딸아이의 말을 떠올리기만 하면 저는 수퍼맨처럼 힘이 생긴답니다.

엄마 여러분 기운내세요.
토끼같은 자식들이 우리 힘이잖아요.
즐거운 추석 보내고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