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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시집살이 한판 승하기


BY 당돌녀 2001-10-02

시어머니 시집살이보다 동서 시집살이가 더 맵다는

말이 있죠.

제가 처음에는 그랬어요.

처음 시집와 큰동서가 저를 경계해서인지 못살게 굴더군요.

어떤 때는 정말 자다가도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기도 했답니다.

정말 동서만 아니면 길가다 눈길 한 번 줄 사람도 아닌데

단지 먼저 시집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에게 그런다니...

곤히 자고 있는 남편 깨워 한바탕 하기도 했죠.

그렇게 참고 참다 드디어 터졌습니다.

네, 네 한다고 될 일이 아니더군요.

할 말은 하는게 낫더군요.

서로의 입장을, 생각을 정말 언쟁을 해가며 다 얘기했습니다.

놀이터에서 모기에게 쥐어 뜯겨가며 ...

그리고 나서 결론이 났죠.

동서의 알 수 없는 저에 대한 미움이 결국 자기 위치에 대한

불안감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저희 시누들 욕심이 많아 재산 똑같이 나눠가져야 한다고

맨날 떠들었나 봅니다. (얼마 되지도 않은 재산 갖고...)

그러니 새로 들어온 저도 지레짐작으로 같이 뇌화부동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어차피 똑같이 가질 거면

자기만 평생 고생하고 난 편하게 살지않나 싶은거죠.

시부모님 안모시고 멀리 떨어져 자기들끼리 편하게 사는

제가 미웠던 겁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장남의 몫을 인정했습니다.

시부모님 모시고 사는 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 인정했습니다.

동서 말대로 젊음을 평생 저당잡힌거라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동서한테 더 많이 가지시라고 했죠.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저희끼리 김칫국물 마셔서 시부모님께 죄송)

그리고 제가 형님한테 맏며느리로 시집오라고 강요한 적

없으니 저한테 유세하시지는 말라고 했어요.

네,네 하고 별 성질도 없어 보이는 제가 할말 다하니까

동서가 눈이 동그래지더군요.

근데 그러고 나니까 동서가 잘해주데요.

제사 때 멀어서 잘 못가도 이해해주고 힘들게 올 필요 없다나요.

그래서 몸도 마음도 편해졌습니다.

자기 몫(?)을 공고히 해서도 그렇겠지만

제가 그렇게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것을 아신듯 합니다.

요즘도 불만 있으면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얘기합니다.

형님, 이러저러해서 마음이 불편하다. 저한테 뭐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하라고 말하죠.

그래서 잘못한 거 있으면 사과하고 오해가 있었으면

서로 푸는 것이죠. 마음에 담아두면 뭐하겠어요.

그리고 전 예전에는 시부모님이 형님 흉보면 (솔직히) 속으로

좋아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어머님한테 형님이 부모님 생각 많이 한다고 하고 자꾸 칭찬해

드려요. 형님과 어머님이 사이가 좋아야 결국 저도 편한 것

같더라구요. (좋은 것같다라고 정정합니다.)

그리고 어머님한테도 평소에는 네,네 하지만 정말 아닐 때는

말씀 드려요.

여기 글을 읽어보면서

다른 분들도 동서나 시어머니께 자신의 입장을 기분 나쁘지 않게

솔직히 나눈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어요. 너무 참지만 말고...

물론 정말 얘기가 안 통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저도 그런 사람들 본 적 있어요.

간혹 한 두 분이라도 그렇게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정말 좋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