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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이기때문에.


BY lim90073 2001-10-02

나는 결혼8년차의 딸딸이 엄마다.
그리고 시댁과 친정이 엎퍼지면 코가 닿는 거리다.
그리고, 우리 시어머니 늘 잘해주고(김치해주고,우리애들 용돈도 잘주고)그러시는데, 너무 친정과 시댁을 우선순위 정하는게 싫다.

서울서 고향으로 간다고 연락하고 출발하면, 내새끼들 보고싶다고,
핸드폰으로 무진장 연락해가며 지금어디쯤 가고 있는지, 무선 보고해야한다.
올 추석도 그랬다.
친정엄마 딸셋을 두었는데, 모두 장남에게 시집가서 명절을 참으로
쓸쓸하게 보내신다.
아마 늘 명절 음식을 혼자하시는 줄 알았다면, 나는 시집을 결코 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엄마 선물을 조그많게 준비해서 친정에 잠깐 엄마 얼굴만 보고
시댁에 간다고 했더니, 시어머니 좋아하실리가 있을리 없다.
친정에서 엄마가 저녁을 차려놓았는데, 수저도 못들고 엄마 얼굴만 잠깐보고 시댁에 갔다.
기분좋게 시작할수 없는 명절의 시작이다.
우리는 작은집이고 큰댁에 음식하러 추석전날 일하러 간다.
우리 시어머니는 당신 며느리 손빠르고 일잘한다고, 애만 안고 앉아서
이사람 저사람 흉만 보신다.
나의 친아랫동서와 나는 그런 시어머니 흉보면서 부침질하고 송편빗고
하여튼 아들 둘 낳은 자랑이 이만 저만 아니다.

나는 아들둘의 큰며느리다.
늘 명절때는 아들을 낳으라는 협박과 잔소리들이 계속되지만,
나는 아들낳아 씨족사회로 대를 잇는 문화에 너무나 진절머리가 난다.
울엄마 딸만 낳았지만, 다들 살림잘하고 알뜰하다고 칭찬하는데,
한가지 문제가 아들못 낳은 죄다.

나의 다음세대에서는 남자의 부속물로 여자들이 모여앉아 즐거운 명절을 보내지 말고, 정말 보고싶은 친척과 부모님과 친구들을 여자 남자 구분없이 만나고 어울릴수 있으면 좋겠다.

결국 추석연휴를 친정에 전화도 못하고, 시댁에서 시어머님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내 자신이 싫어서, 아이숙제가 있다고 핑계대고 서울에
돌아왔다.

여자란, 남자의 노예인가....
우리신랑은 그래도 많이 여자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라 너무나 고맙다.
시어머니도 여자이면서 어찌 당신이 너무나 끔찍히 사랑하는 손녀들도
여자인데,.... 우리딸들이 시집가서 엄마나 할머니를 보러 오지도 못한다 생각 안하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