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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스트레스!!! - 좀 깁니다 아니, 진짜 깁니다^^


BY 하소연 2001-10-10

여러 선배님들의 경험을 듣고자 글 올립니다.
아직 좀 남았지만 제 아이가 얼마 후면 두돌인데요.
님들은 애 생일날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주위에서 듣기로는 세돌까지 할머니가 수수팥떡을 해주셔야 애기가
건강하다고들 하기도 하고, 엄마가 그냥 시장에서 사다가 주면
되지 애 생일을 뭘 걱정하냐고도 하지만... 수수팥떡 얘기가 아니라
저희 시댁이 좀 유별나셔서요.
애 생일에 상을 차려서 시댁어른들 모시고 식사를 해야 하나요?

저는 제 생일날도 상차리라고 강요받고 산답니다.
남들은 며느리 생일 신경도 안써주는데 고맙게 생각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스트레스입니다. 매년 계속되니까요.
시집와서 첫생일때 몇일전에 어머님이 전화하셔서 "이번주 일요일에
미역국 먹으러 간다" 하시더군요.
원래 사위 첫생일은 친정에서, 며느리 생일은 시댁에서 해주는거
아닌가요?
전 바라지도 않았지만, 당연한듯 상차리라는 소리에 황당했습니다.
그리곤, 시장에서 수삼 튀긴거 사오시고, 중하 몇마리 쪄오셔서는
마치 제 생일상 어머니가 다 차려 주신것처럼 이렇게 신경써주는거
고맙게 생각하라는 식이셨습니다.
두번째 생일에는 제가 임신해서 구개월째였죠.
남편이 밖에서 먹자고 알아서 배려해 주더라구요.
황토오리구이를 먹으러 갔었어요. 남편이 회사에서 회식때 먹었는데
넘 맛있었다고 가게명함까지 가져와서 예약하고 갔었죠.
근데, 어머니는 불평만 가득하셨습니다.
아버님이 "오랫만에 나와서 먹는것도 괜찮네" 하고 분위기 바꾸려고 말씀하시니까
"그래도 집에서 먹어야지. 그래야 솜씨도 늘고 하지" 하십니다.
그러시고는 제게 주신 선물 값이 오늘 밥값보다 비쌀꺼라고 하십니다.
밥먹고 야외로 드라이브 가자시면서 양평쪽으로 돌고 오는 길에
남한산성 넘어 오면서 너무 막혀서 세시간을 차에서 앉아 있었더니
배가 똘똘 뭉쳐서 죽을뻔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한건, 바로 집으로 가는것도 아니고 시댁에서
저녁을 먹고 가라시는 겁니다. 도련님이 "형수님도 설겆이하고 그럼
힘드니까 밖에서 사먹던지, 피자를 시켜 먹던지 하자"고 했지만
우리 어머님 너희집에 밥없냐면서 왜 밥도 없냐고 뭐라 하시더니
결국 당신집에 밥해 놓은거 많다고 집에가서 상차리고, 치우고
저 정말 너무 힘들었었습니다.
임신 구개월 씽크대에 배 닿아서 비스듬이 설겆이 하는 며느리가
생일상 차린다고 혼자 장보고, 음식하고 그러면 어머님 마음은
편하셨을까요?
애 낳고 배짱이 생겨서인지, 계속 이런식으로 하다간 내 생일 오는게
스트레스겠다 싶어서 어머니께서 네생일날 밥먹으러 간다 하실때
말씀드렸죠. "어머니, 저 생일 그렇게 신경 안써 주셔도 돼요.
그냥 전날이나 어머님 혼자 오셔서 점심 드시고 가세요."
그랬더니, 어머님이 그런게 어딨냐면서, 나는 내 생일때 내가 다하고
너는 안하겠다는 거냐십니다. 그래서 "어머님 생신때는 제가 하잖아요"했습니다.
그래서 생신 전날 불고기, 된장찌개 끓여 놨는데 늦게 출근하신다며
아버님도 함께 오셨더군요. 맛있게 드시기나 하시면 저도 상차리는거
겁 안납니다. 그런데 얼마나 맛없게 젓가락 가지고 깨작깨작 하시는지
정말 보기싫어 혼났습니다. 거기다 진짜 생일은 내일인데
미역국이 없다면서 야단이십니다.
생일때마다 돈 십만원정도 주십니다.
전 돈 안받아도 좋습니다. 제 생일 그냥 맘 편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말나온김에 한풀이나 하렴니다.
저희 결혼해서 남편 첫생일쯤 제가 맹장수술을 했습니다.
남들과는 달리 맹장이 뒷쪽에 숨어 있고, 터져서 수술시간도
너무 오래 걸려서 중간에 마취가 깨서(정신만) 수술대 위에서
공포에 질렸었었답니다.
옆에다가 구멍을 뚫어서 호스를 하나 더 달아야 했죠.
그리고 나흘을 금식하고, 일주일 입원하면서 고생 했었어요.
입원해 있을때 남편 생일이 몇일 훈데 어쩌죠? 하고 어머님께 여쭤
보았더니. 글쎄 음력으로 할까?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부모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고, 제가 아프니 모두 이해해 주시나
했습니다. 신랑 생일날에 배를 부여잡고 미역국 끓이고, 잡채를
했습니다. 친정엄마가 생일때 먹으라고 미리 재워주고 가신 갈비도
굽고 이것저것 놓으니 그럭저럭 생일상이 되더라구요.
저는 잘하려는 마음에 음력에는 음력대로 하더라도, 부모님 서운하실
테니 부페라도 모시고 가서 식사나 사드리자고 했습니다.
근데 그게 화근이였습니다. 도련님까지 같이 갔는데, 부페에 자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디가면 좋을까 하던차에 아버님이 인천에
가서 회나 먹자고 하셨습니다. 전 도저히 배가 땡겨서 못가겠는데
남편은 아무말도 없고 그래서 "아버님 제가 배가 아파서 차 오래
못타는데요" 했더니
갔다왔다 차타는 시간이두시간 밖에 안걸린다는 겁니다.
거기다 어머님은 "너 어제 실밥 풀렀잖아. 다 낳은거 아니야?"
하시구요. 걷는것도 식은땀 나는 형편인데, 내일은 직장에도 다시
나가야 하는데 도저히 안되겠어서 차 못탈것 같다고 하자
아버님이 "너는 왜 하필 이런때 아프냐?" 하십니다.
어머님은 "길거리에 서서 길잃은 강아지도 아니고 이게 뭐냐고" 화를
내시고요. 그런데 남편은 힘들게 뒤쳐져서 걷는 저에게 인상쓰지
말고 빨리 따라오라고 하더군요. 눈물이 나는걸 억지로 참았습니다.
음식점 가셔서는 도련님에게 너는 결혼해서 첫생일에 꼭 집에서
하라고 하십니다. 이렇게 밖에 나오는거 말도 안된다구요.
그리고, 첫생일은 장모가 차려주는 거라고요.
맞습니다. 다 압니다. 하지만, 제가 음력생일에 한다고 했는데
섭섭하실까봐 식사나 하자고 아픈배 부여잡고 나왔는데 어쩜 그러실수
있는지 이해가 안가더군요. 그리고, 딸냄이 아프니까 친정엄마가 와서
상차려서 시댁식구까지 해먹여야 그게 도리인겁니까.
엄마아빠께도 말씀드렸었거든요. 음력에 한다고. 내일부터 회사가야
하니까 쉬어야겠다고...
전 남편생일때마다 전날에는 남편친구들 초대해서 상차리고, 다음날
시부모님 오시니까 밤을 세며 음식 준비를 합니다.
남편이 어려서 친구들도 철이 없어 오면 밤세워 술 마시고 쓰러져
자기까지 했었는데, 그래도 임신한 배 부여잡고 일했었습니다.
매년 마찬가지입니다. 남편 낳아주신 부모님 식사 한끼 대접하는거
싫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비록 제 생일때 우리 친정엄마께
식사 차려드리지 않지만, 며느리로써 해야할 일 좋게 하려고 했습니다. 비록 솜씨가 없어도 최대한 잘해 보려고 손 베어 가며
손 많이 가는 음식이라도 인터넷 뒤져서 좀 색다르게 차려 보려고
노력도 합니다. 그런데 반응은 늘 썰렁합니다.
제가 전화드리지요. "맛이 없었죠? 드실것도 없어서 죄송해서요..."
맛있게 드시기라도 하시면 이렇게 부담되지도 않을지 모르지요.
저 정말 제 생일상 차리기 싫어요. 상을 차릴려면 저희 친정부모님께
상을 차려 드려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리고 이제 우리 애기 생일때도 매년 그렇게 될까봐서 걱정입니다.
한번 상차리고 오시라고 하면 매년 그렇게 하라고 아니, 당연한듯
생각하실까봐 걱정입니다. 고생하면서 애 낳은날 죽어라 일해야
한다니 정말 화가납니다.
돌때도 돌전날에 돌잔치 했는데도 어머님이 "내일 미역국 끓여
놓았다고 오라고하면 가고..."하시더라구요.
애기 돌때 부주 많이 받으면 당신 밍크코트 사달라고 하신 말에
너무 황당하고, 우리 친정에서 얼마했나 일일이 물어보고
돈은 당신들이 다 쓴다고 하신 말씀이 너무 어이없어서
모르는척 넘어갔습니다.
어느때는 그냥 스파게티나 하고, 케??놓고, 피자나 시키고, 샐러드나
좀 해서 파티 답게 해보면 부담도 덜하겠지.. 그렇게 하자 싶다가도
또 무슨 욕을 먹을까 두렵습니다. 뻔하거든요. 저녁은 밥을 먹어야
한다고, 애생일날 미역국도 못먹어 본다고.
저의 아기 생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제 생각에는 낮에는 아이 친구들 불러 놓고 재미있게 파티도 해주고
싶고, 저녁에는 우리 식구 오붓하게 패밀리 레스토랑 가서 밥먹고 싶은데...

저 어떻게 해야하죠?
님들 많은 경험담 부탁합니다.
질문으로 시작해서 하소연 해서 우습네요. 그래도 이해해 주세요.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