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68

아파요


BY 울다가 2001-10-23

오늘은 날씨도 맑다.
어젯밤에는 끙끙앓으면서 잤다.
내가 무슨짓을했던가?

나는 아기를 가졌었다.
아무도 몰래,나자신도 모르게 오개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내몸은 너무도 허약했고 외과수술과 약물복용에다 이리저리 아팠던 탓에 그걸 감지하지 못했던것이다.
사흘간의 심사숙고끝에 결정을 내릴수밖에 없었다.
그때 남편은 한마디했다.
지금도 뗄수있대?
아마도..
그한마디로 모든것은 결정됐다.

의사로부터 임신통보를 받고 초음파상으로 내눈으로
그의 존재를 확인을했을때 내 맨처음 생각은 임부복을
사야겠구나하는거였다.
무더웠던 여름동안 꼭끼는 바지와 치마로 함께살아온
날들에 대한 속죄하는 마음이 일시에 밀려온것이다.
번민하는 며칠사이 두렵게도 아이는 쑥쑥컸다.
이제 좀 살아보자는 듯이..
하지만 그의 존재가 알려지는 순간 모든것은 결정이 된것이다.

악몽에 시달리는 밤을 보내고 찾아간 병원,미국은 잔인한
전쟁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얻을것도 없는 출산의 고통을 시작했다.
남편은 아직 멀었겠다면서 내일오마하고 내손을 뿌리치고
집에가고 모두가 잠든 신 새벽에 아이는 내곁에서 멀어져갔다.

회복실에서 통증이 줄어들면서 왜 그리도 미안하던지
이젠 꺼져버린 내배를 만지면서 삼킬수도 없는 슬픔의
덩어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왔다.
아무에게도 엄마에게도 얘기할수없는일.
더 마음아픈 사람들이 있기에..
나혼자만의 아픔으로 잊고 일어서야한다는것을..

집으로온 첫날, 남편이 밥먹으라고하기에 나왔더니
밥도 국도 없고
식탁엔 설겆이거리만 수북했다.
시장에서 고기를 사고 미역국을 끓여먹었다.
그랬더니 다들 다 나았냐고 좋아했다.
어제 검진받으려 갔더니 젖이 불으니 미역국은 먹지말라고했다.
추어탕을 끓였다.
나도 먹어야하고 애들도 그이도 먹어야하니까.
미끌거리며 엉키는 고기들을 처음으로 내손으로 문질러 씻고
갈아서 식탁에 올렸다. 세끼 밥은 먹어야하니까.

그이한테 불임시술이란걸 하라고 은근히 종용햇는데 이젠
그럴마음도 없다.
난 루프를했다가 자궁외 임신으로 수술을 받아도 보았고
날짜짚어가며 콘돔도 썼지만 두어번 실패했고 이번일도 겪었다.
결국 나는 너무나 멍청한여자다.
어깨에서 발끝까지 결리고 아프다.
자다가 손을 만져달랬다가 "귀찮지?"하고 물어보니
"아니"한다. 이젠 부탁도 안해야지.
이불속에서 운다.
그이에게서 멀어져가는 마음도 두렵다.
너무나 무심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