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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에 어떻게들...


BY 도라지꽃 2001-10-25

울 서방 오늘도 딱 한시간만 한 잔하고 온다고
초저녁에 전화 때리더니 여즉 무소식이네요.
보나마나 낼 새벽 조간신문과 같이 들어올 것이 뻔~
별명이 '조간'이걸랑요.
저녁먹고 애들 숙제 봐주고 학습지 채점하고
아홉시 뉴스보면서 마늘 다듬고
그래도 서방이라고 북어찢어놓고...
애들 잠자리 봐주고
주방, 거실 불 다 끄고
혼자 애들 공부방에 앉아 올빼미처럼 앉아 있네요.
인터넷 음악방송에선 윤형주의 노래가 나즈막히 흐르고
열어놓은 창밖에선 가을 밤바람이 살랑살랑...
상가건물이라 한밤중에도 주변이 휘황찬란합니다.
근처 포장마차에서 나온 술취한 사내들이
우루루 편의점안으로 몰려들어가고 있네요.
울 서방도 이시간에 저렇게 헤매고 있겠죠.
남자들은 정말 늑대의 근성이 있나 봅니다.
그러니 밤에 거리를 쏘다니며 집에 들어가길 한사코 거부하죠.
들어올 사람이 안들어오면 여자들은
애써 무심한 척, 이제는 만성이 다 되어 도인의 경지에 이른양
체념하고 포기하지만
무엇을 하든 맘이 편치가 않네요.
문득 이시간에 전화걸어 불러낼만한 술친구 하나 없다고 생각하니
사십평생을 헛살았다 싶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