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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너무 속상합니다.


BY 작은여자 2001-10-26

어떻하면 좋을까요?

맞벌이부부랍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친정에 아기를 맡기고 출근을 하는 길에 신랑이랑 크게 싸웠습니다.

신랑이랑 같은 방향의 근무지여서 출근을 신랑차로 합니다.
저희 둘다 아침잠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보다 직장이 먼 신랑은 늘 9시 가까이 되서야 도착을 하지요. 같은 계열의 직장이고 보니 신랑이 눈치를 받는 것 저도 그리 기분 좋지는 않습니다. 아기가 생기고 보니 아침 시간은 더욱 바빠졌구요. 언변이 좋지 못한 남편, 위기상황을 재치있게 둘러대지도 못할 거라는 것 알면서도 이제는 신경쓰기가 싫습니다.

연애당시 순하고 자상해보였던 남편은 결혼을 하고보니 남에게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 자신을 아예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더군요.
처녀적 그 화려한 혼처 자리 마다하며 내가 선택한 사람과 식올리며 주변 사람 많이 속상하게 했습니다.
그땐 저의 선택만이 최고라 여기며 우리 둘이 잘 헤쳐나갈수 있으리라 여겼죠.

살다보니, 제가 직장일로 여러남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남편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입성 좋지 못한 남편 일일이 챙기는 것도 한두번이지 너무 힘들구요, 탁트여 사람들을 휘어잡지 못하는 남편의 성격이 쫌스러 보이구요, 발전적으로 나갈 수 있는 직위면서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남편이 한심해보입니다.

저도 전문직..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자아실현(?)을 위해 직장생활을 계속해온다고 자부했었는데, 제또래의 여자가 남편혼자 벌며 화려하게 사는게 부러워보이구요, 요즘 몸이 힘들다 보니 집에서 아들놈과 뒷바라지 하며 편히 살고 싶은 맘이 굴뚝같습니다. 모든게 남편을 잘못 만나 이렇게 된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생각도 우습지요?

저희가 싸우는 이유, 한동안은 정없는 시댁때문이었습니다.
처음 아들낳고선 내가 너무 쉽게 아이를 가지고 낳은게 원망스럽더군요. 귀하디 귀한 손주일터인데-위로 아주버님이 아직 자식이 없거든요- 소 닭보듯이 하니... 수고했단 말 한마디로 끝이더군요.

그래서 들었던 생각, 결혼하지 못할 줄 알았던 당신 아들이 멀쩡한 며느리 데려오더니 손주까지 쉽게 낳아주고.. 걱정을 안해도 저들끼리 잘 산다. 싶어 나한테 이러는게 아닐까 싶어서 신랑한테 싫은 소리 많이 했습니다.
이해하라며 평생 그리 무심히 살아온 분들인데 우리가 맞춰야지 어쩌겠냐던 남편.. 요즘엔 시댁 말만 나와도 나에게 쌍수를 듭니다. 그렇게 시댁타령하며 며느리노릇한게 뭐있냐면서요.

저희 친정부모님께 너무 미안했습니다. 남의집 사돈들과 저희 시댁 비교가 많이 되나봅니다. 저한테 티는 안내지만 많이 서운해하십니다.

요즘 저희가 싸우는 건 저한테 너무 간섭하려는 남편때문입니다.
제 가방이나 지갑이 정리가 안되었다면서 일일이 정리하고, 제가 벗어놓은 옷들 자기 맘대로 치워버리고.. 저는 저의 물건 제가 놓은 자리에서 없어져버리는 것 무지 싫어하거든요. 필요할때 찾으려면 없어서 꼭 한두마디 싫은 소리를 하게됩니다. 그러다보면 다른 일 꼬집으며 언성이 높아지고...

한참을 싸우고 나면 내가 왜 이러고 살고있나 싶고...
웃음과 여유가 없어지고 있는 제 삶이 너무 지겹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고고...

그냥 주절주절 대보았습니다.
몸이 힘들어 맘마저 처지는 아낙의 넋두리라고 여겨주세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