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65

저 기억하세요? 추석에 집에 가고 싶다던..


BY 맏딸 2001-10-27


추석에 친정집에 가냐 마냐로 글 올렸었는데... 그러고보니.. 추석도 한달이나 지났네요. 이제서야 글을 올려야 되나 고민하다... 추후 경과를 궁금해하는 분도 계실거 같구... 저두 그냥 심란해서 올려요.


혹시 모르는 분이 있다면... 간단한 사정 설명 드리자면 여동생이 캐나다 유학가구, 남동생은 군대가서 집에 아무도 없구 해서 추석에 친정에 가서 보내려구 했다는 그런 얘기... 올린 사람입니다.


추석에 친정갔냐구요? 아니요...


제 글에 대해... 의견이 반반이었지요. 가라는 분과... 훗날을 생각하면 며느리의 도리를 하게 그냥 시집을 갔다가 친정 가라는 분...


저요, 사실 친정 가려구, 시집가는 표는 예매도 않구, 친정가는 표만 끊었어요.


글구, 어머님께 전활했죠.


어머님... 그냥.. 알아서 하라구...


근데 엄청 삐지셨어요. 전 그냥 그러려니 했죠.


그런데... 그날밤 시숙이 전화하대요. 대뜸 잔소리하려고 하는데 신랑에게 넘겼어요. 솔직히 좀... 그렇지 않나요? 시숙과 제수 사이는 좀 불편하구, 할말도 않하는 사이인데... 뭐라머라 하구...


남편과 시숙이 통화하구, 그리고 형님과 제가 통화를 했어요. 형님은 할 도리를 해야 한다면서.. 사정은 이해하지만.. 도리를 해야하는거 아니냐구... 전 형님이 밉진 않더이다. 형님은 제 입장을 이해해주고, 제가 나중에 미움받을까봐 충고를 해준거니까요.


신랑은.. 통화를 끝내더니.. 저보고 가라고 하대요. 인터넷으로 고속버스 티켓끊자고... 저요. 그래서 결국 시집으로 갓어요.


시집으로 가는 먼길... 참.. 서글프대요. 흔들흔들 버스속에서.. 내가 왜... 우리집에 않가구. 울 엄마아빠 두고... 남의 부모 챙기러 가나... 참 속상하대요.


그래도 저의 어머님 좋은 분이세요. 가기전에 형님이 그러시더군요. 요번에 동서랑 나랑 혼날거 같다구... 혼날 각오하구 가라구...


근데 어머님은... 잘하시대요. 저 지금까지 시집에 가서 밥도 해본적 없어요. 어머님이 앉혀놓구 밥상차려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국이랑 반찬도 미리 해놓으시구요. 다른 집 시어머니들은 며느리가 온다면 할일도 않해놓는 다지만, 저의 어머님은.. 청소 싹 해놓고, 며느리 조아하는 반찬 만들어놓구 기다리는 분이세요...


밥 잘 얻어먹구, 어머님이 용돈도 주시대요. 형님과 저를 데리고 나가서 선물도 사주시대요. 못온다고 한거에 대해 섭섭하단 말씀 한마디도 않하세요. 살림하느라 얼마나 힘드냐구... 니 능력껏 하라구... 밥하기 귀찮으면 신랑더러 알아서 라면끓여먹으라고 하라구... 좋은 말씀만 하시대요...


그래요... 차라리 어머님이 나쁜 분이라면 차라리 저도 삐딱하게 나갈 수 잇는데.. 이리 잘해주시니.. 어찌 하오리까..


근데여... 그런 생각도 들대요. 며느리 둘이나 있는데 한명쯤 안오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대요. 근데, 어른들 욕심은 또 틀린가 봐요. 며눌 둘 있으면 둘다 얼굴 봐야지... 하나라도 없으면 섭섭하신가 보대여...


시집에서 일하구...(저의 어머님은 일도 많이 않시켜요.. 시키느니 내가하지... 하는 분이시죠) 추석날 친척들 오고 제사 지낸후에 가겠다고 했죠. 울 어머님... "가긴 어딜가? 니 맘대로 왔다가 니 맘대로 가는게 시집이니?" 하고 한마디 하셨지만... 보내주시더라구요.


근데 작은 어머니들이 헐뜯대요... 새댁이 어딜가냐구... 울 어머님... 제겐 그렇게 말씀하셨어도 작은 어머님들이 머라머라 하니까... 집에 사정도 있구, 내가 내 며느리 보내는데 니들이 뭔 상관이냐구 딱잘라 말씀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친정으로 갔구... 부모님과 좋은 시간 보냈어요. 오랜만에 외식도 하구.. 얘기하구...


근데여.. 저의 엄마가 송편을 좀 싸주시대요. 냉동실에 넣어뒀다 쪄서 먹으면 된다구...


저의 신랑 송편 맛있다구... 쪄 달래요. 저요, 근데, 그 송편 보면 눈물나요. 요번 추석에 그냥 내가 고집부려서 시가에 않갔으면 엄마랑 함께 만들었을 건데... 자식들 다 떠나보낸 늙으신 엄마랑 아빠 둘이 앉아서... 만든 송편... 전 눈물이 나서.. 송편 쳐다보면 속상해요...


그런데... 신랑은 맛있다고 쪄달래요.. 제가 거기 있었으면... 저의 부모님과 함께 있었으면... 함께 빚고 함게 얘기 했더라면... 시집에서 뭐라해도 조금더 고집부려 볼걸... 하는 생각도 들구요.


시집에서.... 음식만들다가... 저의 엄마에게 전화받았어요. 엄마는 시집에서 일 잘해라.. 열심히 해라.. 며느리 노릇 제대로 해라 라고 하지만.. 엄마가 저 보고 싶어서 전화한거잖아요....


저요, 전화받으면서는 밝게 얘기했지만... 전화끊고... 시집근처 동네를 한바퀴 돌며 엉엉 울었답니다. 시집이 뭔데.. 친정에 아무도 없어도 가야하는게 시집인가... 사정이 이러면 봐줄수도 있을거같은데... 내 부모에게는 할 도리 못하며 남의 부모에게 가서 있는게 이게 당연한 일인가...


내 부모에게 자식도리 못하는 내가... 참으로 수치스럽고... 죽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딸이 소용없다구 하는건가 싶구...


신랑은 물론 돈을 벌지만... 자기가 할 도리를 내게 떠넘기구... 자기는 유유자적하니... 그것도 너무 얄밉구...


그래요... 이미 지난 일이구, 소용없는 넋두리죠... 근데.... 너무 후회스러워요. 그냥... 욕 얼마를 먹어두 친정갈걸...


요번에 시어머님 생신입니다.. 또 돈 드려야 되죠. 근데요.. 참 그래요... 저의 집엔 20만원쓰면 엄마가 40-50만원 어치 해주시는데... 시집은 받으면 끝이죠. 그런것두 서글퍼요. 친정에서 뺏어서 시집에 해주는거 같구,...


저요... 이런 얘기하면 죄받을지 모르지만 딸 낳기 싫어요. 어떤 남자들은... 여자들이 딸낳기 싫어하는게 모순된다고 하지만... 아들, 딸이기 이전에 내 자식이잖아요. 내 자식이 힘든거 보기 싫어서... 그래서 아들이길 바라는게 큰 잘못인가요. 명절에 갈 수도 없구, 친정에 사정생겨도 시집이 우선인.. 딸... 그런 딸.. 나같은 딸 낳기 싫다는게 그렇게 모순인가요...


횡설수설 해서 죄송해요.. 근데.. 그냥 복받치네요. 저요, 추석 지나고 바로 글 올리려고 했는데, 바로 올리면 눈물날것 같아서 지금에서야 올려요... 그냥 넋두리니까... 읽고 흘려주시면 좋겠네요...


글이 너무 길어서.. 읽어주신 분께 죄송하네요... 넋두리니까.. 너그럽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