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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이 사이에서


BY 아웃 2001-10-28

전 얼마전 아기를 낳았답니다.
아기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흐믓하고 사랑스럽고..
전 자식이 사람에게 이런 기쁨을 주는지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을만큼 아기가 사랑스럽고 마음이 꽉 차도록 행복해진답니다.

물론 우리 남편도 아기를 얼마나 이뻐하는지 말도 할 수 없어요.
제가 없어도 혼자 아기 키울 수 있을만큼 아기 이뻐하고 또 우유먹이는거며 기저귀 가는거며 놀아주는거며....

남들이 볼 때는 남편이 아기를 저렇게 잘 봐주니 얼마나 좋냐고 하지요. 저렇게 잘하는 남자는 없다고..

근데 전 기분이 나빠요.

저하고는 눈도 한번 안마주치면서 아기만 안고 좋다고 하네요.
그저 저 쳐다보고 하는 이야기는 '배고픈데 밥줘' '나 잔다' '아기 오늘은 어땠어?' '회사 때려 치웠으면 좋겠다'

제가 잘하려고 노력도 하고 애교도 부려보고 하지만 웬지 마음속에선...이게 아닌데...뭐가 잘못되어가고 있는데...
이런 생각만 드네요.

오늘은 남편에게 그랬어요.
'눈 좀 마주치고 살자'
그랬더니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성의없이 ...
또 아기만 쳐다보면서
'이건 부탁이 아니고 경고야'
이렇게 한마디 했어요.

무슨 말을해도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만 끄덕이고.
아기만 붙들고 난리예요.
아기가 저 쳐다보고 웃으면 질투하고.. 섭섭해 하고.
자기 보고는 안 웃으면서 엄마라고 웃는다고 그러고.

바깥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런가...생각하고 더 잘해주어야지 생각하고 이것저것 신경 쓰면 쓸수록 제 마음은 자꾸 허해지고 마음이 멀어지고 그러네요.

아기는 저한테 맡기고 자기는 절 도와주는게 맞는거 아닌가요?
왜 자기가 아내는 뒤로 밀어두고 아기를 맡으려고 하는지..전 이해가 안되고..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오면 , 또 주말이 되면 전 남편과 아기사이에서 이상한 소외감을 느끼고...
그렇다고 자기가 젖병 소독하고 우유타는일까지 하는것도 아니면서, 전 그저 허드렛일이나 하고 자기 밥이나 주고 빨래나 하는 사람같고..

뭐 좀 해달라고 하면 '니가 해' 이러기나 하면서 아기만 끌어안고 혼자 유모차에 태워서 나가버리고..

정말 남편하고 제 사이...이건 아니다 싶네요.
물론 겉으로 보기엔 우린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요.
어디가면 남들은 남편이 자상한 남편, 좋은 아버지라고 하지만, 전 속이 곪아 가네요.

씨받이 된거 같고.

남편 정떨어져서 ...
그리고 제가 이런 분위기가 너무 싫어서 잘해 주니까 더 고자세로 나오면서 점점 더하는거 같아요.
어떻게 해야할지...

남편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꽉 막힌거 같고 머리가 지끈거려요.

좋은 아버지가 되는 모임에 간다길래, 거기에 가면 좋은 남편이 되는 법도 알려주냐고 하니까 그런건 배울거 없고 좋은 아버지가 되는법하고 집안의 기강을 세우는 일만 배우면 된다네요.

속에 큰 바윗덩이가 하나 들어앉은거 같고..

지금 제 마음은 이런데, 잠자리에만 관심을 갖고.
무슨 말을 해도 들은척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침대에 누우면 어떻게 좀 해보려고 덤비기나 하고.
그럴땐 꼭 제가 무슨 창녀가 된거 같고 아주 기분 더러워요.

몸이 아프다 그래도 관심 없고, 몸이 너무 아픈데 설거지 하다가 방에 잇는 아기 젖병 좀 갖다 달라니까...자기는 거실에서 텔레비젼 보고 누워 있으면서도 '니가 해!' 하고 소리 지르고.

그러면서 밤에 무슨 역사를 만들겠다고 덤비는지.

한마디로 남편한테 저는 식모, 창녀, 씨받이, 유모... 이렇게 밖에 안보이는거 같고.
마음 심난하고 살맛 안나네요.

그래서 아기 데리고 두, 세달 친정에 내려갈려고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