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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의 야구 땜시 텔레비젼귀신이...


BY yuuy 2001-10-29

큰 텔레비젼귀신인 울남편얘기를 전에 올렸던 사람입니다.
리모콘이 자신의 분신이라고 했던...

근데 이 큰 텔레비젼귀신이 자신의 분신을 집어던지는 반란(?)을 일으켰답니다.

어제 두산이랑 삼성이랑 하는 야구중계를 보던 중이었는데 큰아이가 아빠랑 놀이터 가고싶다고 계속 조르고 저는 "좀 갔다 오라"고하고 이 귀신은 귀찮아서 계속 피하고..
아이들 옷 입히고 "엄마랑 가자'고 하는데 큰아이가 한번더 "아빠라 가고 싶은데.."해서 제가 "아빠랑 가고싶데"했죠.
그랬더니 화난 얼굴로 일어나더니 나갈 준비를 하더라고요.
씩씩거리면서 리모콘을 찾아 텔레비젼을 끄더니 확 집어던지더라고요.
결혼 8년만에 최대의 사건을 저지르는 순간 이었습니다.

여태껏 화도 잘 안내고 더군다나 몸으로 화난거를 표현하는건 처음이었거든요.

아이들이랑 나가고 난다음 이생각 저생각...
다른 것도 아니고 아이들이 놀아달라고 하는데 그것이 그렇게 화낼 일이었나?
아무리 피곤해도 가족끼리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너무 부족하단 생각에 섭섭하고 슬프고 나도 화나고...
요즘 회사일이 바쁘고 신경 쓸일이 많아서 피곤한건 이해가 되지만 신랑이 늦게들어오고 피곤해하면 나도 잠 못자고 밤 늦게까지 아이들과 놀아주고 돌봐주는건 다 내몫인데 일요일 잠깐 놀아주는것도 못하나.
더군다나 아침엔 놀러가자고 하니 미국에서하는 야구 **시리즈 본다고, 또 피곤해하길래 혼자 아이들 데리고 쇼핑하고 연극보여주고 6시간 만에 들어왔는데 그동안 라면 하나 끓여먹고 텔레비젼만 계속 보고 있어놓구선.(휴일에 신랑 집에 있는데 혼자 놔두고 외출한 것도 결혼 후 처음 이었어요. 나가서도 식사 걱정하고 혹시해서 햄버거도 사가지고 왔는데.)

하여튼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되겠다싶어 저녁먹고 아이들 일찍 재우고 말좀 해야겠다고 맘먹고 있는데 말한마디 안하고 신랑이 자는 방으로 쏙 들어가버리잖아요.
따라들어가 침대에 누워 무슨 말을 먼저 꺼낼까 속으로 연습하고 있는데 괜히 눈물이 주르르....

거실로 나와 울고 있으니 따라 나오더라구요.
"왜 이러고 있어? 가서 자자"
그러더니 옆에 앉아 말도 안하고 있네요.

"아까 왜 그렇게 화냈는데?"
"아이가 아빠랑 놀고 싶다는데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이였어?"
"다른때도 텔레비젼 보느라 아이말은 듣지도 못하고(안 듣는게 아니라 진짜 못듣더라구요)조금만 큰소리 나면 시끄럽다고 혼이나 내고"
울음이 안그쳐서 하고싶은 말의 1/10 도 못하고 또 남자들은 그전의 일까지 끌어내어 말하면 이해도 못하고 싫어한다는 생각도 들어서 거기까지만 하고 끝냈죠.

그랬더니 이텔레비젼 귀신이 하는말
"야구보고 있었잖아"

나참 텔레비젼 보고 싶어서 아이랑 노는게 싫단 얘긴가요?

어떻게 어떻게 풀어버리기로 했지만 이 남자를 우찌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