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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을 모셔야하나요?


BY 답답 2001-10-29

저는 시댁에 남자형제만 6형제중 여섯째 막내며느리랍니다.
저희 시댁식구들은 한동네에 모두 모여살고 서로간에 왕래나 모임도 많은편입니다. 시부모님은 따로 시골에 살고계시구요.
그런데 얼마전에 시어머님께서 서울에 다니러 오셨드랬어요.
어머님이 오셨으니 당연히 온가족이 큰형님댁에서 모였답니다.
그런데 저녁을 드시면서 시어머님이 말씀하시기를, "이젠 시골에서 농사짓기도 버겁고 몸도 자꾸 아프고 하니 서울로 올라와 살아야겠다"하시는거예요. 칠순이 다 되셨으니 힘든 농사일 접고 이제 자식들 신세지고 살만도 하시지요. 그런데 문제는 시부모님께서 막내인 저희들과 함께 살기를 원하신다는거예요.
것도 식구들 모두 모인자리에서 "난 민우네랑 살고싶다"(울신랑 이름이 민우거든요)하고 말씀하셨답니다.
순간 저는 숨이 탁막히고 할말이 없더군요. 아주버님 형님들 다 앉아계신자리에서 안모신다고 할수도 없고 신랑도 말한마디 못하고 실실 웃고만 있는거예요. 물론 장남이 모시란법도 없고 막내며느리가 모시면 안된다는 법도 없지만 전 앞이 깜깜해지고 숨이 막힐지경이랍니다.
참고로 저희 큰형님과 둘째형님은 40평남짓되는 큰평수에 자식들 다 출가시키고 부부끼리 한가하게 여가생활 즐기며 사시는분들이고 다른 형님들도 전부다 자기집을 갖고있지요. 거기에 비해 저희는 이제막 시작하는 신혼부부이고 전 지금 임신중에 있고 지금살고 있는 집도 2000짜리 작은 전세집에 불과한데 왜 궂이 우리랑 사실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저희신랑이 심성도 착하고 싫은소리 못하고 부모를 끔찍히 여기기때문에 저희랑 살고싶어 하신다는거 알지만 우리형편을 생각하신다면 우리가 기반잡힐때까지만이라도 형님네서 살았으면 하거든요.
게다가 형님들이나 아주버님들 누구하나 선뜻 모시겠다고 나서는사람 없고 어머님이 원하시니 우리가 모셔야 한다는쪽으로 기울고 있답니다. 평소엔 화목한척 효자들인척 하던 분들이 막상 시부모님 모시는일에는 선뜻 나서질 않고 묵묵부답이네요.
집안 분위기상 우리가 못모시겠다고 하면 나쁜며느리 취급할께 뻔하고 맘약한 울신랑 아주버님들앞에서 당당하게 자기주장 펼 용기도 없는사람이죠. 우리가 시부모님을 모시게 되면 겨우 방두칸있는거에서 안방을 내드려야할 신세고 게다가 모두 한동네에 모여살기때문에 형님들 아주버님들 수시로 찾아오실텐데 그 음식값이며 그밖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것같고.... 제가 넘 과민반응하는걸까요?
신랑이 그러는데 어머님께서는 다른형님들은 불편해서 싫다고 하셨다네요. 휴... 이런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식구들 모두 모인자리에서 지금은 모실수없다고 말해야하는건지, 아님 어머님이 원하시는데로 우리가 모시고 살아야 하는건지 답답하기만 하네요.
꼭 형님들이 모셔야된다는 법도 없는데 제가 넘 못된 며느리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