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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게 남들도 다 이럴까?


BY odree 2001-11-04

전요,
고등학생때 소위 날날이였죠.
집에 반항하고 부모님께 대들고 부모님과 쌈도 하고.........
우리아버지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한 이후로 집도 싫었고.....
가능하면 집에 있고 싶지가 않았어요.
그 때부터 어쩜 저와 부모님간의 정이란 없었나봐요.

그런 제가 소위 우리나라 명문대에, 그것도 남들이 다 선호하는 괜찮은 과에 입학을 했죠.
욕심은 많아서 남들에게 지고는 못사는 성격탓에 공부는 좀 했던 모양입니다.
그 땐 나 스스로도 대견 스럽다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오히려 내 인생을 이렇게 꼬이게 해 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여.

신랑이 전문대 졸업했어요.
어릴 적 제 첫사랑이었어요.
공부도 전교 1,2등하던 사람인데 시험운이 지지리도 없었어요.
지원한 과가 당시 전국에서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다음 시험에선 나른한 날씨탓에 졸다가 백지 답안내고....
지금의 남편이 전문대를 졸업했어도 그사람의 능력을 믿었고 무엇보다 사랑해서 부모님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임신 4개월에 식을 올렸습니다.

신랑은 사업하다가 2년만에 빚만 남기고 지금은 백수 신세.
제가 일해서 그나마 빚갚아가고 있고..
임신 9개월인데도 일하고 있고 그런 저를 지켜보는 우리 부모님은 속이 터져 죽겠나봐요.

엊그제 우리엄마 술먹고 울면서
니아빠한테는 신랑 전문대 나왔다고 차마 말못하겠어서 4년제 대학 나왔다고 했다고 아빠 앞에서 말하더군요.
속상해서 그러겠지 이해하고 넘어갔는데....
그날 밤 우리 신랑 술마시고 들어와선.....
"장모님이 뭐라는 줄 아니?
나 전문대 나온 거 오늘 장인 어른께 얘기하셨다고....
난 그런 거 중요하게 생각안했는데 장모는 그게 아니었나봐"
왠만큼 속상한 얘기는 하지도 않는 신랑인데
속엣말 너무 안해서 얘기 좀 하라고 맨날 성질내던 나인데.
정말 차라리 몰랐더라면.....
아니,
나도같이 술마신 정신에 들어서 기억나지 않았더라면......

방금 전 가게에 친정 식구들이 다녀 갔는데 인사도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원망도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친한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이렇게 맘의 벽이 쌓여서 친정 식구들과는 어떤 정을 나눔도 없이 남보다 더 먼 사이가 되지나 않을지....
제 성격은 꽁해서 아무래도 그렇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방금도 친정엄마는 우리 딸 입히라고 옷이랑 여러가지를 한보따리 가져다 주시곤 가셨는데요.
맘이 편칠 않아요.
이전에도 술마시고 전화로 독설을 퍼부으셨던 친정엄마.
그런 엄마가 술만 마시면 말로 가슴에 못을 박으시니
자꾸만 정이 없어지는 친정을 어찌해야 할는지요?


추신:
제 성격이 이상한가봐요.
A형인 저는 B형인 저희 시아버지가 싫어서 거기서도 삐걱댄답니다.
허풍같은 말만 많으신 시아버지 흉 좀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