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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의 자녀가 어떤사람으로 성장했으면들 하세요?


BY 과외선생 2001-11-05

저는 주부이자 학생들 영어를 가르치는 과외선생입니다.
그중 한 학생 얘기를 하려구요.

첫만남에 이 학생 조금 맹랑 하더군요.
자기는 앞으로 사회적 지위있는 사람이 될것이고,
사회적으로 지위있는 사람들만을 상대해야하므로 수준있고 격이있는 영어를 배워야 한답니다.
제가 어떤 표현을 가르치면 "이거 상류층이 쓰는 표현인가요?"하고 꼭한번 되묻습니다.
글쎄 고등학교 2학년쯤 된 아이가 그러면 그런가 보다도 하겠는데 중학교 1학년 입니다.ㅎㅎㅎ

2시간 정도 가르치는데 이 아이 꼭 10분이나 20분 늦게 끝나도록 유도합니다. 제가 사정이 있어 10분쯤 일찍 일어서야할때 불쾌감을 역력히 드러냅니다. (보통의 아이들은 빨리 끝내주면 좋아하거든요.)
이 아이는 내가 당신에게 돈을 지불하므로 돈준 만큼 부려먹어야 겠다는 자세가 확실합니다.

한번은 제가 20분쯤 늦었는데 아이가 자고있어 제가 늦은줄 몰랐습니다. 저는 20분늦게 시작했으므로 끝나는 시각이 다 되었어도 20분을 더 채워주려 했지요.
원래 끝나기로 정해진 시간보다 20분쯤 지나서 였습니다.(그러니까 원래 정해진 시간을 이미 다 채운것 이지요)
아이가 끝내려고 책을 덮었다가 제가 평소와 같이 끝내려고 서두르는 낌새가 없자 눈치빠른 아이가
"선생님,몇시에 오셨어요?"묻더군요.
그래 20분 늦었다고 하니 다시 책을 펴더군요.ㅜㅜ;
만정이 다 떨어집니다.

늘 무표정 합니다.(아니면 결의에 찬 표정인가?-출세해야한다는?)
오고갈때 인사도 없습니다.
'간다. 잘있어라.'하면
'가세요.(허가의 표현)'합니다.
그 엄마, 마찬가지 입니다.
공부중에 물한잔 내오는 일이 없습니다.
손님이나 아이의 선생님이란 생각보다 돈주고 부리는 사람이란 생각을 가진것 같습니다.

이집 아빠가 자수성가한 사업가인데
형제들중 유일하게 살만하답니다.
얼마전 할아버지 칠순을 호텔에서 크게 했는데
장남도 아닌 자기아버지가 돈을 다냈으며
떨거지들(다른 식구들)은 먹기만 했답니다.
손님도 다른 형제들 손님은 몇안되고 자기 아버지 손님만 많았으며
유명한 사람들도 많이 왔답니다.
아이의 입을 통해 들은 말입니다.

'우리 할아버지 칠순 호텔서 했다.
유명한 사람들 많이왔다.'
이렇게 자랑했으면 이해합니다.
아이니까.
그런데 돈없는 다른 가족들은 비하하고 무시하는것은 좀 그렇더군요.
부모가 아이앞에서 그런말을 했으니
아이가 그런생각을 가지게 된 것 이겟죠?


6개월 가르쳤는데 그만 두라는 말 안하는걸 보면, 그 계산빠른 아이가 내실력은 인정하나보다 혼자 위로삼기도 하지만
저는 요즘 이 아이를 가르치는것을 계속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아이 가르치기는 편합니다.
전교 5등 한다는데,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듣습니다.
독해도 저 혼자 다하고 저는 바로 잡아 주기만 합니다.
그런데 정이 붙지를 않네요.
보통은 두달 이상 가르치면 정이 들어 아이가 예쁘거든요.

이 애가 자라면 자기말 처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똑똑하고 영리하거든요.
그러나 훌륭한 사람이 될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도 자식 키우는 사람인데
이아이 처럼 키우고 싶지는 않아요.
보다 더 인간적인 사람으로 자라길 바래요.
다른 엄마들은 어떠세요?
아이가 이러면 오히려 좋아할까요?
남의 아이들은 학원가라고 억지로 떠미는데
자기 아이는 혼자 알아서 다 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