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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도 일시키자!!


BY 속상한딸 2001-11-08

그냥 이생각 저생각하다 글을 올립니다. 여기오시는 많은 분들이 며느리인데... 그 분들은 등골빠지게 시집에 가서 일하시지요. 그런데 왜? 사위들은 처가에 가면 놀고 먹는지 원... 게다가 놀면서도 유세지요. 뭐, 피곤하다, 불편하다, 빨리 집에 가자 어쩌구...


얼마전에... 제가 시험을 볼 것이 잇었어요. 저의 엄마가 전날 올라오시겠다고 하대요. 오지 말라고 했지만... 김밥도 싸주고 싶고, 따뜻한 차라도 타서 보온병에 넣어주고 싶다고 오신다고 하시대요.


저의 엄마 오셔서 일하시고... 저는 낼이 시험이고 하니 책보고 있었죠. 그런데 신랑... 절 가만히 놔두질 않습니다. 계속 뭐라뭐라 하며 짜증까지 내더군요. 장모님 일하시는데 왜 놀고 있냐구...


그래요... 장모님 일하는게 힘든거 알아주는건 고마운데... 내일이 시험인 사람에게 꼭 그래야 하는지... 장모님이 왜 올라왔는데? 딸 편하게 해줄라고 오신거 아닌가.. 그럼 이런 때는 가만히 있어야지... 자기가 도와주던가...


밥을 먹고 나서 잠시 앉아있는데.. 다시 옆구리 찌르기가 시작됩니다.(진짜 손가락으로 꾹꾹 찌릅니다) 빨리가서 치워라, 뭐뭐 좀 해라, 너 뭐하냐, 장모님 일하신다...


저도 막판에 짜증이 나서 소리를 질렀죠. "나 편하라고, 나 내일 시험이라 우리엄마 오신건데 왜이래?" 그랬더니... 시험이고 뭐고 사람이 할건 해야지 합니다. 신랑은 나를 계속 들볶고 소리지르다 짜증내고 엄마는 당황하시고...


"장모님 일하는게 그렇게 안타까우면 니가 도와드려!! 내가 놀고있니? 내일 시험보는 사람에게 재수없이 왜 그래?? 내가 종년이니? 니네 집에 가도 일하고, 우리집에 가도 일하고, 친정가도 일하고!!"


그리고는 그냥 엉엉 울었죠... 신랑은 열받아서 울그락 불그락하고... 엄마랑 같이 나가더라구요. 과일 사갖고 와서.. 셋이서 조용히 먹었죠.


다음날 퉁퉁 부은 눈으로 열받은채 시험보는데.. 떨어졌죠, 뭐.


남자들... 참 웃긴거 같아요. 시집에서 일하는 것도 당연하다, 친정서 일하는 것도 당연하다... 내가 시집에서 일하면 자기는 우리집에서 일하는게 당연한거 아닌가요?


그랬더니.. 자기가 일하면 장모님이 불편하답니다. 그래서 하나도 불편할 거 없다고, 우리 엄마도 당신이 일해주길 바란다고(물론 저의 엄마는 불편하다고 하시죠) 했습니다.


여자들부터 인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사위가 처가오면 앉혀놓고 이것저것 차려주지 말고.. 일시켰으면 좋겠네요. 사위가 딸에게 뭘 갖다달라고 하면... "자네가 좀 갖다 먹게."라고 하면 좀 않되나...


사위가 씨암닭 어쩌구 하니... 울 엄마, 동네 닭집으로 얼른 뛰어가시죠... 참나 기가막혀서.. 지가 닭 맡겨놨나..


사위온다고 잡채에 고기국에 반찬 잔뜩 해놓고도 씨암닭 소리에 닭사러 나가는 엄마... 짜증나대요. 한마디 했죠.


"씨암닭? 그럼 내가 시집에 가면 어머님이 씨수닭 해주시대? 나 그런거 못받았으니까 자기도 요구하지마. 어디 닭닭 거려? 이따 저녁에 맥주사와서 치킨 배달시켜서 먹어."


아무 소리 않하대요... 우리 엄마는 괜히 눈치 살피며 "그래도..사위는 원래 처가집오면.."하시길래, 닭 사오면 모녀 인연을 끊자고했죠.


그 뒤로... 신랑이 처가에 요구하는 것도 없고... 차려주면 맛있다고 잘 먹고... 전엔 김치도 엄마가 미리 담아놓은거 차에 달랑 실어서 가져왔는데 이젠 않그럽니다. 같이 담그자고 하죠. 저랑 엄마랑 일하는 옆에서 마늘도 까고, 조미료 사오라고 심부름도 보냅니다. 내가 좀 너무한가?


그런데... 처음이 중요한거 같아요. 처가에서 사위들을 너무 기를 키우는거 같아요. 그저 우리딸 데리고 살아줘서 고맙네, 굽신굽신... 왜 그래야 하나? 내가 뭐 치마 둘러논 원숭인가? 나도 사람이고 귀하게 큰 딸이고...


남자들끼리 모여서 그런 얘기 한답디다. 처음에 길을 잘 들여놓으라고. 그래야 평생이 편하다고. 우리도 여자끼리 모여서 그런 얘기 좀 해요. 길 잘 들여서 평생 편하게 살자구요.


사위앞에서 약해지는 엄마 모습에 속상해서... 어젯밤에도 엄마가 전화해서 시댁에 전화자주 드려라, 신랑한테 잘해줘라 당부하시대요. 우리 시모... 신랑한테 전화해서 니 처한테 잘해라는 당부 하실까? 어림없죠. 근데 왜 우리 엄마는 딸에게 시집에 잘하라고 하나... 이말 저말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속상한 딸의 푸념이라 생각하고... 이해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