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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이쁜!! 우리 막내 동서


BY 나쁜 윗동서 2001-11-09

나 !!
나쁜 윗 동서에요.
제 남편은 아들만 4형제 중 둘째입니다.
시아버진 얼마나 이기적인지 공부 잘 하는 둘째 아들 고등학교도
못 보낸다고 하시다가, 3박4일 단식투쟁하며
"아버지 고등학교만 시켜 주시면 그 돈 다음에 꼭 갚을께요."

사정사정해서 겨우 장학금 받고 3년 끝냈죠.
그리곤 공기업에 입사해서 야간대학 다니며 학교 끝냈어요.

다니면서 적금 부어서 시아버지 학비의 열배쯤 갚았는데도
그 직장 그만 둘때 퇴직금까지 당신이 직접 받아 가셨죠.

그리곤 그 돈으로 맏이 결혼 하는데 집 사주셨어요.

우리가 결혼할 땐 사글세 보증금하라고 100만원 주시고......

그건 결혼 전 일이고 남편이 바보 아니면 효자라 당한 일이니
제가 억울해도 할 수 없다고 백번 생각하지만......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막내일입니다.

막내 시동생은 한마디로 좀 멍합니다.
딱히 어디가 모자라는건 아니지만, 좀 그렇게 보이죠.
어떻게 장가는 보냈는데 우리 시부모 걱정이 대단하셨어요.
"우리 죽으면 막내는 누가 살리냐?"
"막내 못 살면 어떻게 할래?"

그러면 우린 맨날
"우리 안줘도 되니까 줄꺼 있으면 막내 주세요"
했어요.

집안 시조모팔순, 시조모 상, 시부모 회갑, 칠순, 집수리.....

대소사에서 돈 드는 일에는 모조리 막내는 열외를 시켰고
막내도 아주 당당히 빠졌습니다.
시댁에 생활비 드리는 것도 막내는 반만 내라고 했어요.

이번 봄에 드디어 막내가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했어요.
이제껏 월급 받은 것 모두 안 쓰고 다 모았어도 집값의 반도
안 되는 그런 집을 융자 한 푼 안 쓰고.......

위에 형님이 물었어요.
"서방님! 참 용하네. 어떻게 돈을 모았어요?"
"......"

그러자 동서가 잽싸게
"형님! 우리 복권 당첨 됐어요"
우린 그 복권이 어디서 나온 돈인지 다들 짐작은 하죠.

그걸 탓하자는 건 아니지만, 추석때 만나서 그랬어요.
"동서! 이젠 집도 사고 했으니까 부모님 생활비 제대로 보내면
어때?"
"형님!! 전 못해요. 돈 쓸데가 얼마나 많은데요?
2년까진 절대 못해요"

지금 큰 아이가 6살이니 2년 후엔 학교를 갈텐데
그땐 더 많은 돈이 필요하지요.
언제까지 부모님이 사시는 것도 아니고-시아버지 연세가 73세-
꼭 돈이 있어야만 생활비를 드리는 것도 아닌데
우리 동서
"형님네는 벌어논 게 있으니까, 할 만하니까 하겠죠"

ㅠㅠ

참 할 말이 없어서 말문을 닫았습니다.
우리 동서 우리와는 참 다르게 삽니다.
사촌의 옷이라도 절대 헌 옷은 안 입히고,
과일도 백화점 수입 과일만 상대합니다.

시부모도 좀 헤프다는건 아시고 기회 있을 때마다
"알뜰히 살아라"
하시지만, 귀에도 안 들리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시부모께도 서운합니다.
그렇지만, 막내 부부에게는 만정이 다 떨어졌습니다.

여지껏 된장만 차려 놓고라도 집에 부른 게 딱 한번이었어요.
그것도 청주에서 형님이 밤 10시가 넘어서 올라온다고 하는데도
구태여 그 밤에 식사를 하고 가라고, 다음날은 친정 식구가
와야 한다고 억지를 쓰서 그렇게 했죠.

아이둘 돌이며 백일은 안 한다고 오지도 말라고 하고
반지 대신 돈으로 달라고 당당히 요구해서 해 줬어요.

그럴 때는 그저 좀 철이 없구나 했는데 이젠
정말 배운 것 없는 망나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4형제는 다 떨어져서 살기에 차라리 부딪힐 일이
없어서 다행이지만, 한번씩 만나면 도데체 어떻게
저리 쉽게 살 수 있을지 이해가 안 갑니다.

이번 일 지나고 저는 막내를 제 마음 속에서 지웠습니다.
한 마디로 버렸지요.
"우리 시부모님께서 끔찍히 아끼시는 어떤 인간이 있다.
가끔씩 명절에 얼굴을 비춘다."
그 정도로만 기억하렵니다.

저 못된 동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