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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라는 이름의 죄인


BY 며느리 2001-11-09

어머니. 저입니다.
아드님의 호적에 아내로 올라있는 당신의 며느리입니다.
제가 감히 어머님의 며느리라고 해도 될까요.
어머님에게 저는 그저 마음에 안드는 파출부일뿐일텐데요.
제가 부족한거 제가 압니다.
잘하고 어머님에게 예쁨받으며 살고 싶지만 어머님 마음에 차지 않으니 죄송할 따름이지요.
음식못한다, 멍청하다,게으르다,촌스럽다,대가리가 안돌아간다,도대체 친정에서 뭐배워왔냐,내가 속이 터진다,남편 등골빼먹는다, 등신같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말들로 제 가슴을 후벼파고, 눈이 떠지지 않도록 많은 눈물을 흘리게 하시고선, 어머님 행복하셨나요.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혼날까,어떻게 하면 혼나지 않을까, 어머님 말씀대로만 하면 혼나지 않겠지.
어머님 눈치보느라 제 아이 옷 한벌 마음대로 사지못하는 멍청이가 되었습니다.
젊어서 홀로 되셔서 무진 고생 하신걸로 알고있기에 가슴아프게 해드리지 말아야지 ,잘해드려야지. 사랑하는 사람의 어머니인데.
결혼할때 저 다짐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 다 포기했습니다.
어떻게 해도 마음에 차지않고 미워하실게 분명하니까요.
어머님은 저한테 무척 잘해주신다고 생각하시지요.
옷도 많이 사주고, 비싼 호텔로 외식갈때 빼지않고 데리고 가고
밥도 같은 밥상에서 먹게해주고, 집에 갈때는 비싼 고기며 생선이며 아이들 옷가지 듬뿍듬뿍 안겨주니 이런 시어미 세상에 없다.
그렇습니다. 어머님같이 자식과 손자들에게 헌신적인 분도 없으시지요.
하지만 전요, 비싼옷도 근사한 외식도 고기, 생선 다 필요없습니다.
제가 바라는건요, 다정한 어머님의 말 한마디입니다.
아가,고생하는구나. 고맙다.
단 그 한마디입니다.
아들 고생해서 번 돈,펑펑 쓰고 아들 등골빼먹는다구요?
저 화장품살 돈이 아까워 샘플 얻어다 쓰구요, 아드님 발목 늘어난 양말 신구요, 그러고 삽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그래도 어머님 마음에 차지 않으니 저 어떡해야할까요.
어머님 말 한마디에 가슴아파하고 우는 저를 보고 단 한마디의 위로도 없이 무조건 어머님이 잘했고 제가 잘못한거라고 얘기하는 당신의 아드님도 이젠 싫구요, 사사건건 간섭하고 미워하신는 어머님도 이제는 무서워 못살겠어요.
이제는 저요, 어머님.
아드님에게 격에 맞는 새 부인, 어머님 마음데 쏙 드는 새며느리보실 수 있게 떠나고 싶습니다.
내 아이들.사랑하지만 항상 바보, 멍청이가 되는 바보엄마로 보여지기 싫어서 이제는 떠날까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구박받지않고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떠날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