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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란 무엇으로 사는가...


BY 연희 2001-11-13


예전에 읽은 책 중 이런 내용이 있지요.(공지영의 '착한여자'인가?)
잘은 기억안나지만 하여간에 여자주인공은 어릴때부터 부모사랑도 못받고(고아였던가?) 외롭고 불쌍하게 큰 말하자면 박복한 여자였는데.
동네 오빠였던 남자 주인공은 늘 그여자만 보면 안쓰럽고 잘해주고 싶고... 그런 맘이 들었지요.
나중에 그 남자는 뭐하나 부족할것없는 당당한 여자와 결혼을 하죠.
결혼하고 나서도 그 여자에 대한 연민은 여전하고.
그의 아내가 한편으로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서운하고 질투도 느낄때 남편이 이렇게 말해요.
너는 없는거 없이 다 있는 사람이지만 그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고. 난 그게 맘이 아픈것일 뿐이라고.
그때 그 와이프가 울면서 말합니다...
그게 사랑이라고. 좋은거 보면 보여주고 싶고. 좋은거 먹으면 그 사람에게도 먹여주고 싶고... 그 사람이 이미 그것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그 사람에게 가장 좋은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 그게 사랑이라고.

...
일요일. 남편이 저에게 그러더군요.
너에겐 부모도 있고 형제도 있고 이모도 있고 삼촌도 있지만.
그애에겐 나밖에 없다고. 그애... 내 시누이입니다.
저에겐 시댁도 있고 형님도 있고 아주버님도 있고 결혼식때 빼곤 본적없지만 6남매라는 아버님 형제분들도 있지요.
시누이 인정없고 독한 시아버지밑에서 자라 그 스트레스 때문인지 우울증같은것때문에 병원에 있다가 퇴원하고도 그리 정상적으로 살지는 못했지요. 시아버지 성격에 다독거리고 잘못 뉘우칠 성격도 아니고 그저 저 못난것이 눈이 가시였겠지요. 결국 두 사람은 앙숙이 되었고 시누이는 집을 나와 저희와 삽니다.
남편에게 시누이는 가슴 아픔입니다. 아마도 병원에서의 감금된 불쌍한 모습을 보아서 그런가봅니다. 아버지에 대한 공통된 증오도 함께.

하지만 저는... 힘이 빠집니다.
남 아닌 시누이지만.
부모 형제 다 잘해준다한들 함께 사는 남편이 늘 시누이 생각만으로 가득차 있다면 어떻게 제가 행복할 수가 있을까요?
그 사람은 시누이가 부족한것을 채우는게 가장 중요한일이고 당연한일이므로 제가 저의 조그만 결핍을 채워달라는것은 어린아이같이 유치하고 생각없는 짓이라 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너무 화가나더군요. 당신 능력이 모자라 시누이 하나밖에 돌볼 수 없어 아내에게 가져야하는 당연한 관심과 사랑을 줄 수 없다면 미안하다 해야지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어디있냐고 했습니다.
왜 결혼했냐고. 도대체 아내가 뭐냐고.

제가 그냥 남남처럼 살자 했습니다.
어차피 당신은 시아버지 밑에서 나와 시누이 데리고 사니 된거고.
나도 엄마 잔소리 없이 자유롭게 살게 되었으니 그걸로 만족하고 서로 관심 가지지 말자고.
아내로서 남편에게 당연히 바라게 되는 애정과 관심을 바라는것이 나로서도 불행이고 당신에게도 부담이니 관두자고.
...
너무 속상합니다.
전 왜 결혼했을까요? 어느곳에도 나를 신경써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남편에게는 오직 시누이만이. 시댁에서도 시어머니 형님은 나보면 시누이 이야기 물어보고 시아버지는 말도 안걸죠.
다들. 나는 그냥 저절로 알아서 살라는 건가봅니다.
어찌 해보겠다고. 좋은 아내 되겠다고 좋은 며느리 되겠다고 노력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요.

지금 남편과는 냉전은 아닙니다.
그냥 그런대로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말들이 다 없었던말로 되는건 아니란걸 알겁니다.
몇주있으면 남편이 장기 출장을 갑니다. 그래서 그때까지 견디나봅니다.
아내의 행복이 자기 몫이 아닌 사람.
제가 투정부리는 철없는 아내인가요?
아니죠? 전 그냥 아내입니다.
그 사람과 가정을 이룬. 그 사람을 의지하고 믿고 사랑하며 살고자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그 울타리 안에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