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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막내면 좋겠다...


BY 이다 2001-11-15

그냥 푸념해 봅니다.
요새 너무 힘들어서요.

제 나이 33, 결혼 6년차...
제 남편은 한 달에 꼭 95만원 벌어옵니다.
1년에 몇 번 보너스가 나올 때도 있지만...
물론 많이 번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아시겠지요.
융자도 많기 때문에 아주아주 빠듯하답니다.
마이너스 좀 안 해봤으면...
하지만 그럭저럭 살 만해요.
우리 부부 건강하고 사이 좋고 없어도 재미있게 살 줄 아니까요.
뱃속에 아기가 이제 7개월...
앞으로 경제적으로 더 힘들어지겠죠.
그래도 우리끼리라면 살 만 할 것 같아요.

근데 문제는 제 친정과 동생들이죠.
혼자 계신 엄마는 전혀 생활능력이 없고(당연하겠죠)
여동생은 나이 서른이 넘었지만 결혼도 안 했고, 애인도 없고...
얼마전 남친이라 헤어지기도 했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성격이 삐딱해졌어요. 노처녀 히스테리란 말도 생각이 나요...
전문직이라 취업 걱정은 없는데 현재 8개월째 취업을 안 하고 있죠.
그렇다고 놀 줄을 아는 앤가... 그냥 허송세월을 합니다...
전 동생들 어려워해서 잔소리 심하게 안 해요.
항상 찌뿌둥한 얼굴에... 그리고 독립하고 싶대요.
직장생활해도 돈이 하나도 안 모인대요. 그래서 벌기 싫대요.
당연하죠. 집안에 생활비를 대니까...

하지만 저도 노력했거든요.
결혼하기 전 6년 동안은 회사 다니며 번 거 다 엄마 갖다줬고,
결혼한 후에도 직장 다니는 동안은 한 달에 50만원씩 친정 생활비 주고... 지금도 몫돈 생기면 엄마부터 갖다 드려요...

정 자기가 남자가 생겨서 결혼한다고 하면 땡빚이라도 내서 보내줄텐데 왜 그리 불만스러워 하는지...


남동생은 대학원 마지막 학기예요.
음악을 하는 녀석이 욕심껏 대학원까지 가고 자기 하고픈 거 다 하고...
이제 졸업한다고 엄마 부양할 것도 아니고...
오래 사귄 여자친구랑 결혼한다는데...
장가 보낼 돈이 집에 하나도 없네요...
미치겠어요...

그냥 나 혼자 모른척하고 사는 건 한 달 95만원이라도 만족하고 살 것 같은데... 친정과 동생들 때문에 너무 괴로워요.

남편이 부러워요. 남편은 막내거든요.
형제들이 다 잘 살지 못하지만 적어도 막내한테는 절대 부담이 오지 않지요. 본인도 부담이 없구요. 형, 누나들 힘들게 살아도 자기한테 뭐 안 해주나 기대를 하면 했지 뭐 해줄 걱정 안 해두 되구요.

무슨 수로 동생들 시집장가 보내구
엄마 부양해야 하는지...

임산부는 행복해야 한다는데...
그런 걱정 때문에 밤에 잠이 오질 않아요.
아기나 안 가졌으면 내가 뛰쳐나가 돈이라도 벌겠는데...
배는 불러오지... 아기 키울 일은 창창하지...
정말 무기력하기 그지 없네요....